"인세리브로의 '마인드(MIND)' 플랫폼은 분자동역학으로 분석한 물분자의 움직임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바이오벤처 슈뢰딩거의 신약개발 소프트웨어에 새로운 알고리즘을 추가해 한단계 업그레이드했죠. "
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와 만나 "기술력은 양자역학 기반 신약개발 소프트웨어 원조격인 미국 슈뢰딩거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인세리브로는 양자역학 계산기술과 단백질 구조 기반의 AI 예측능력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미국 슈뢰딩거(Schrodinger)에서 양자역학 기반 신약개발 소프트웨어 'QPLD' 알고리즘을 개발한 조은성 고려대학교 생명정보공학과 교수가 지난 2019년 9월 창업했다. 인세리브로가 '한국의 슈뢰딩거'라고도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슈뢰딩거는 2020년 2월 AI 신약개발기업 1호로 나스닥에 입성하며 바이오벤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최근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내려앉았지만 한 때는 시가총액 7조 원을 돌파하며 '테슬라'와 비교됐을 정도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 계산 기술을 머신러닝, 즉 AI와 통합해 새로운 분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발견할 수 있는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현재 시판 중인 신약개발용 분자모델링 프로그램 가운데 양자역학 계산을 적용하는 제품은 슈뢰딩거가 유일하다.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신약발굴 사업을 키운 결과, 올해 1분기에만 4870만 달러(약 62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벌어들였다.
오늘날 1세대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평가받는 슈뢰딩거는 1990년 창립 이후 10년 가까이 바이오산업과는 무관한 길을 걸었다. 양자역학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분야로 눈을 돌린 건 2000년 즈음부터다. 마침 콜롬비아대학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조 대표가 양자역학을 적용한 신약 개발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자연스레 슈뢰딩거와 인연이 닿았다. 조 교수는 "슈뢰딩거 창업자인 리차드 프리즈너 교수로부터 끈질긴 러브콜을 받아 스카웃됐다"며 "회사가 신약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시기에 합류해 'QPLD' 프로그램을 개발하다보니 신약개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한국에 돌아온 조 대표는 2010년 퀀텀 바이오 솔루션즈를 창업하고, 최근까지 슈뢰딩거 시스템을 유통해 왔다. AI 신약개발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터준 것이다. 동시에 'QPLD' 분자 모델링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매달렸다. 10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 마인드 플랫폼을 완성하고 인세리브로를 창업할 수 있었다. 마인드는 기존 AI 신약 개발 프로그램과 달리 ‘양자 역학’ 기술을 적용해 후보물질의 약물 친화도와 적중률을 한층 높여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조 대표는 "인세리브로 고유의 'QM/MM 도킹' 및 '워터 파마코포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양자 차원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까지 분석해 정확한 예측과 모델링이 가능하다"며 "능동학습 기반 화합물 생성기술이 더해져 세상에 없는 혁신신약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 내 단백질과 약물 간 상호작용이 수용액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신약개발 과정을 단축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통상 1년 가까이 소요되던 히트물질 발굴 기간을 일주일까지 단축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세리브로는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3건과 별개로 SK케미칼(285130), 환인제약(016580), 대원제약(003220) 등과 6건의 공동 위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자체 개발 신약 파이프라인을 3개 더 늘리고,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폐암 신약을 전임상 단계로 진입시킬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퀀텀 바이오 솔루션즈를 100%로 자회사로 편입하며 신약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 퀀텀바이오솔루션즈가 10년 가까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을 상대로 구축해 온 유통망은 향후 인세리브로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 대표는 "인세리브로 역시 바이오벤처 정체성에 걸맞게 신약개발 마일스톤 달성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차별화된 양자역학 계산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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