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명과 친문간 계파 갈등 속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조차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박홍근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6일 시도당위원장과 원외위원장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졌지만 비대위 구성에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박 직무대행은 주말 사이 초선, 재선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갔고 ‘선수별 추천된 현역 의원 중 1명’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자는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대위 구성에 원외위원장과 청년, 여성을 안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인물과 구성 방식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이날 신현영 대변인은 시도당위원장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책기조와 정치노선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의원총회를 빠르게 열고, 이번 주 안에 어느 정도 (비대위)구성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 평가를 내탓 네탓 공방으로는 안되고, 환골탈태를 위한 외부적 시각에서 객관적 평가 작업을 비대위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새 비대위원장에는 문희상,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 추대안도 나왔지만 강 전 장관이 이재명 의원의 대선 후원회장이었다는 사실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친문, 선거 패배 “이재명·송영길 탓”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지선·대선 평가와 새 지도부 선출에 중심을 잡을 인물물색 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계파갈등은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CBS)에 출연해 선거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라고 재차 비판하며 공천 과정에 대한 당 차원 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신동근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는 게 잘못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의 경중을 흐리는 방식”이라고 친명계를 정조준했다. 그는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둘러싼 이들의 잘못은 사라지고 모든 문제는 당 내부의 구조로 귀결된다”며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상처를 덧내고, 작전을 일삼고,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로 몰아간다”고 쏘아붙였다. 김종민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은 이재명을 지키자, 죽이자가 아니라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이대로 좋은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대선 때 심판받은 후보가 바로 지역구에 교체 출마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민심과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 책임론 제기는 “이재명 죽이기”
반면 친명계 민형배(무소속) 의원은 선거 패배는 특정인 책임을 물을 것 없이 집단의 책임이라며,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다고 맞서는 상태다. 김남국 의원은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의 발언 역시 잘 짜인 드라마 각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우리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네 탓 타령’이 가득했다”고 친문을 겨냥했다. 이어 “국민들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패배를 먼저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며 “단 하루도 못 참고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하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한편 계파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당장 당의 쇄신을 이끌 새 비대위는 구성부터 쉽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3일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뜻을 모은 바 있지만 이후 갈등만 첨예해지고 있다. 일단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번주 중 비대위를 세울 계획이지만 계파 간 갈등 격화로 첫발 떼기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