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5일 인공지능(AI) 변호사와 AI 홈닥터 합법화 등 중소벤처 7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 제도를 대선이라는 정책 대결장에서 공론화시킬 경우 오히려 접점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 과제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칠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중기특위는 이날 발표한 정책 과제를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AI 변호사, AI 홈닥터를 개발하는 벤처·스타트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받지 않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기존 업계와 이익집단의 표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우유부단한 행보를 보였다. 오히려 신산업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갈등 해결을 봉합했다. 혁신적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타다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2018년 택시 업계의 극렬한 반발과 당시 민주당 주도의 타다금지법 탓에 서비스 출시 16개월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이후 제2의 타다 같은 혁신 기업의 출연이 요원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AI 100조 투자’와 ‘K엔비디아’를 피력하며 신산업 육성에 무게를 두자 당 차원에서 신속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주52시간 유연화도 공약 제안
중기특위는 또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자율성·유연성이 상징인 벤처기업 문화와 배치되는 것은 물론 고소득·연구직의 자율성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서비스업이나 소프트웨어 업종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역시 정산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시켜 주 52시간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부터 언급해온 노동시간 유연화를 정책과제로 담은 셈이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연구직과 기업의 일정 지분을 보유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구체화시켰다. 다만 연간 법정 근로시간 준수와 근로자 건강 보호 대책 마련, 일정 임금 수준 이상의 근로자를 전제로 한다.
‘경계선 지능인’ 취업 지원 사업 제안
중기특위는 또 상생 금융 3종 패키지는 은행과 중소기업에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고, 매출채권 팩토링과 상경결제 세액공제 등을 담았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소송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제안했다.
아울러 정책 소외대상인 경계선 지능인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공약도 준비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 지수(IQ)가 71~84 사이인 사람들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13.6%인 약 700만명이지만, 장애와 비장애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지원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기특위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취업알선과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취업망을 구축하고, 기업과 관련 협회들을 상대로 경계선 지능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권 의원은 출신 지역인 화성시와 함께 경계선 지능인을 대상으로 취업 교육과 고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기특위는 중기벤처 정책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수집제도) 도입 통한 신속한 중소기업 분쟁 해결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 등도 제시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의 공식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혁신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입법과 예산, 제도 개선 등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책임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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