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부의장이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5선 중진이자 현직 국회부의장이 당대표의 행보에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어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출국에 대한 당내 비판적 의견이 정 부의장을 통해 분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3일 의원대표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현지 시찰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지방선거 전부터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만리 이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며 “두 나라 사이에 얽히고 섥힌 애증은 우리가 이해 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빚어진 인도적 참상을 외면해서는 안되겠지만 일방의 편을 들기 곤란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의 협조가 우리에게 여전히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에 따르면 이 대표의 출국에 정부 관계자들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보름 전께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며 “정부와 대통령실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 모두 난색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심 탐탁치 않아 하는 외교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신중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부의장은 “지금은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 뒷받침이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난지 불과 일주일”이라며 “(지방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우리 당 후보들을 선택해 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혁신과 개혁도 중요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에 되는 여당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선거 직후 우크라이나 출국과 함께 혁신위원회를 통한 당 혁신과 2024년 총선 공천 개혁을 꺼내든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전국선거에서 잇따라 연승한 만큼 당 내 혁신 못지 않게 안정적인 국정 운영 지원이 중요하다는 취지다다.
한편 정 부의장은 ‘이준석 체제’에서 공천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저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우리 당의 취약점과 치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봤다”며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와 피를 토하듯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그 와중에 이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며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부의장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전국 선거 4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윤 대통령 덕에 정권교체의 숙원을 이뤘다”며 “지금은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되돌아보고 소수 여당의 역량을 극대화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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