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 및 군의 대응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층 단호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쏘자 한미도 정확히 8발의 SRBM을 발사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비례해 대응하겠다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5~6월 북 핵실험 임박 조짐→6월 2~4일 한미 항모강습단 연합훈련→5일 북한 SRBM 8발 발사→6일 한미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8발 대응 사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김정은 정권이 도발할수록 한미 동맹이 한층 굳건해져 북한이 얻을 것이 없음을 방증했다.
◇돌아온 美 항모=특히 2~4일의 한미 항모강습단 해상 훈련(훈련명 ‘연합 기회 훈련’)은 유사시 한국을 미국 본토 수준으로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확장 억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해당 훈련에 미국은 10만 톤급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 등을 참여시켰다. 미군 핵 항모의 한미연합훈련 참가는 4년 7개월 만이다.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한미 양측의 해군 함정 6대 및 복수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우리 측 함정으로는 1만 4500톤급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4400톤급 구축함 문무대왕함 등이 호흡을 맞췄다. 미국 측에서는 로널드레이건함을 비롯해 순양함 앤티텀,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 군수 지원함 빅혼 등이 동참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전임 정부는 대규모 실기동 한미연합훈련을 폐지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 연합 대비 태세가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을 행동으로 실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핵 개발에 목 매는 북한=그럼에도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한미 항모강습단의 훈련이 끝나자 5일 오전 9시 8분터 43분께까지 4곳에서 총 8발의 SRBM을 동해상으로 쐈다. 발사 지점은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였다. 탄종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소형 전술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개발해온 SRBM 4종 세트를 각 2발씩 시험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은 각 미사일에 따라 비행 거리 약 110~670㎞, 고도 약 25~90㎞, 속도 약 마하 3~6이었다.
군 출신의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네 종류의 SRBM은 모두 전술핵 투발 능력을 과시하고 곧 7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RBM 4종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 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 24’, ‘초대형 방사포’로 명명한 ‘KN 25’, 사거리 110㎞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북한식 명칭)로 각각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중 신형 전술 유도무기는 북한이 4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하에 처음 공개 시험 발사한 무기다.
◇새벽에 대응 사격…밤잠 설쳤을 김정은=한미는 오전 4시 45분부터 10여분간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동해상 방향으로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 8발로 맞대응했다. 에이태큼스는 개량형인 ‘블록IA형’ 모델로 1발만으로도 축구장 3~4개 정도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군 출신의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미가 새벽에 대량으로 미사일을 쐈기 때문에 북측은 밤잠을 설쳐가며 비상 대비 태세에 나섰을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 도발 감행 시 한미가 자위적 차원의 선제 대응(킬체인)이나 사후 대량응징보복(KMPR) 차원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