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으로 담배 사주는 대신 스킨십 되나요?” (서울 거주 남성 A(25)씨) “성관계 되나요? 담배는 원하는 만큼 드려요.” (의정부 거주 남성 B(26)씨)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담배·술·식욕억제제 등을 대리 구매하려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물품을 대가로 유사 성행위, 성관계 등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6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담배 대리 구매’ 관련 게시 글만 254건에 달했다. 대부분 수고비로 웃돈을 얹어줄 테니 원하는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대리 구매자가 수고비 대신 성관계, 유사 성행위 등을 요구하면서 미성년자들은 고스란히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고등학생 C씨는 “받은 메시지 중 70~80%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내용인데 처음에는 대리 구매만 해준다고 해놓고 막상 만나면 신고 있던 스타킹을 벗어 달라고 하거나 양말을 벗어 달라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으니까 이제 크게 당황스럽지도 않고 덤덤해졌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고등학생 D씨도 “신체 일부를 만지게 해달라거나 키스 알바를 해달라는 요청은 물론 나체 사진을 요구 받은 적도 있다”며 “메시지가 오면 제일 먼저 여자냐고 물어보는데 여자라고 하면 각종 성적 요구가 이어진다”고 밝혔다.
기자가 지난달 30일 오후 트위터에 “담배 두 갑을 대리 구매해달라”는 글을 올리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이 메시지를 보냈다. 네 명은 공짜로 담배를 사주겠다며 성매매를 시도했다. 성관계를 거절하면 유사 성행위를 제안했고 이를 거절하면 ‘끌어안아 보기만 하겠다’며 집요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들의 성매매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남성 A씨는 “이렇게 성관계를 가진 게 10번도 넘는다”고 자랑했다. 수도권에서 담배 대리 구매를 해왔다고 밝힌 E(25)씨는 “주로 차 안이나 건물 옥상에서 2~3번 해봤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미성년자 신분으로 음주·흡연을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대리 구매 글을 먼저 올렸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법 위반으로 피해자가 신고하면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이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온세상 대표 변호사는 “‘공짜로 담배를 줄 테니 성관계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성행위를 유인·권유한 것에 해당하므로 엄중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2020년 개정된 형법 305조에 따르면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해당해 성폭력 범죄로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대표 변호사는 “일반 성매매와 달리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했다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에 해당해 가중처벌을 받는다”며 “피해자들의 경우 음주·흡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더라도 성폭행 등 더 큰 범죄 상황에 처했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