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2015년 부대 내에서 폭언 등에 시달리던 육군 병사가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당시 중대장이 은폐했다는 의혹을 7일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11사단 고(故) 고동영 일병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부사관이 고 일병 사망 직후 부대 내 은폐 시도가 있었던 정황을 최근 유가족에게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폐를 지시한 중대장 A 대위를 공소시효 열흘 전인 지난달 17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고 25일 군검찰이 기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대장 선에서 사망 사건 은폐를 결심하고 지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직권조사 결정을 통해 즉각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고 일병은 휴가 중이던 2015년 5월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군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 가는데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등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직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부대 간부들은 고 일병 사망 이후 조사에서 고 일병을 꾸중한 적은 있지만, 구타나 욕설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고 일병 사망 소식이 부대에 전해진 이후 당시 중대장인 A 대위는 간부들을 모아 "우리 중에서 무작위로 헌병대에 지목돼 조사받을 텐데, 분위기가 안 좋으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말해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제보자는 해당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헌병대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할 것인지 회의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11사단 헌병대도 이런 은폐 정황을 파악해놓고도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고 일병 사망 이후 헌병대가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받은 설문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설문지에는 "고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간부들로부터 문제점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글이 담겨 있다.
군인권센터는 간부들의 주장과는 달리 고 일병이 실제로 부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이어 "제보자는 고 일병이 평소 정비반에서 실수하면 심하게 야단을 맞고 전차 안에 갇혀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제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고 일병이 휴가 전 마음의 편지를 중대장에게 썼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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