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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물량 쌓이고 철강 출하 못해…전국 건설현장도 올스톱 위기

[물류대란 현실화에 산업계 비상등]

포스코 3.5만톤 규모 철강 공급 못해

현대제철·동국제강 등도 전면 중단

완성차·조선소는 수급 안돼 타격

레미콘업계 "시멘트 재고 2일치 뿐"

건설현장까지 도미노 피해 가능성

소주에 맥주도 멈춰 편의점도 긴장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7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왕=성형주 기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7일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인근에 집결한 1000여 명의 전국화물연대 조합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붉은 띠를 머리에 맨 조합원들은 ‘안전운임제 확대, 운송료 인상’이라는 피켓을 들고 주먹을 하늘로 연신 치켜올렸다. 연단에 선 발언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투쟁”이라는 조합원들의 구호가 쩌렁쩌렁 울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의왕시를 포함한 강원·경남·광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출범식을 열며 총파업에 나섰다. 전체 화물기사의 약 6%인 2만 5000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50여 곳의 물류 거점을 봉쇄하며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를 시작했다. 우려했던 운송 물류 대란이 현실화됐다.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관계자는 “화물연대에서 현장을 완전 봉쇄할 계획이라고 전달 받았다”며 “시위 첫날이다 보니 대부분 회사들이 미리 물량을 당겨서 작업해 놓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공단 21개 중 2~3곳은 이미 물류 운송이 중단됐고 그 외 회사들은 소량만 이동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업 중단 우려에 비상 걸린 조선·철강·자동차 업계=화물연대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적시에 기자재를 공급 받지 못하면 조업 중단에 따른 손실이 바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선·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기업들은 파업 장기화에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현재 3만 5000톤 규모의 철강 제품 공급을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포항제철소 2만 톤, 광양제철소 1만 5000톤 규모 수준으로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이날 0시 기준 출하량이 전면 중단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예상해 일부 철강사들은 미리 출하량을 늘려 대응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선박과 철도 등으로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철강사로부터 강재를 공급 받는 조선소도 비상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급한 물량은 노조 가입이 안 된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며 “당장은 강재 공급이 안돼 조업 중단까지 가지 않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들 공급도 당장 문제가 생겼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가뜩이나 완성차 생산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 대전 지부는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공장 문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공급해야 할 물량을 전혀 출하하지 못했다. 대전 공장은 하루 평균 4만 본가량 타이어를 생산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오늘 하루 물량이 출하되지 못했다고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있지는 않겠지만 장기화되면 완성차 생산까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운송기사를 구해도 운송비가 기존보다 올라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급등하는데 파업에 난망, 시멘트·레미콘사 ‘비명’=지난해 11월 운송노조 파업으로 하루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경험한 시멘트 업계는 6개월 만에 또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좌불안석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운송업체 파업까지 발생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전국의 시멘트 생산 공장과 유통 기지에서 시멘트 출하에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화물연대 차량이 시멘트를 보관하는 유통 기지의 진입로를 막거나 생산 공장 앞에 진을 치는 등 방식이 동원되면서다. 실제 시멘트 내륙사들의 경우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일부분을 점거해 생산품 출하가 전면 멈춘 것으로 알려진다. 해안사는 봉쇄 등의 사태는 없지만 생산품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이날 파업이 시작되면서 아침부터 차량이 공장 입구를 차지하고 제품 출하 또한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시멘트 출하가 멈추면 레미콘 업체 또한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주요 레미콘 업체들은 이번 파업의 충격을 대비해 일정 부분 재고를 미리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재고량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과 관련, 레미콘 업체의 시멘트 재고량은 많으면 2~3일 수준으로 추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단기간 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재고 물량이 소진되고 각 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시멘트 레미콘 생산이 멈추면 결국 건설 현장 또한 셧다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이트 진로 제품 생산·출고 중단 지속=오비맥주는 이날 오전부터 이천·청주·광주 3곳 공장에서 생산한 맥주 물량을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 물류 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화물차주의 대부분이 화물연대 소속으로 이날 총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이천과 청주 공장은 ‘카스’ 등 국산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광주 공장은 수제 맥주와 수입 맥주 생산을 주로 담당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총파업을 대비해 연휴 기간 출하량을 평일 대비 늘려 놓은 상태”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대체 운송 차량 수급 등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2일부터 이천 공장과 청주 공장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차주들의 파업 여파로 ‘참이슬’ 등 소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천 공장과 청주 공장의 생산 물량은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점의 소주 발주량을 제한하거나 발주 정지를 예고한 상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맥주 공급은 원할한 상태”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될 시 소주처럼 발주량 제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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