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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옐런의 뒤늦은 시인이 보여주는 것

김연하 국제부 기자





“당시 인플레이션이 갈 방향에 대해 잘못 생각했습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CNN 앵커의 지적에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스스로의 오판을 인정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옐런은 인플레이션이 ‘작은 위험’만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인플레이션이 줄곧 8%를 넘어서며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이를 인정한 것이다.



사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는 지난해 초부터 나왔다. 지난해 2월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2%를 넘어서는 등 장기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보이자 시장과 언론은 대규모 부양책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단기적인 흐름”이라며 “인플레이션 없이 임금과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2%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음에도 연준은 ‘일시적’ ‘통제 가능’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의 CPI는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10일 발표되는 5월 CPI도 8%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특별 기고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 시장의 혼란, 공급망 붕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악화됐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애써 해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 CPI가 7.9%였던 점을 고려할 때 국민들이 이 같은 해명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물론 정부가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많은 것들이 예상한 대로 돌아가지 않고 기대와 다른 이벤트도 발생하는 만큼 정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릴 때, 언론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갈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있다. 사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사례까지 볼 필요도 없다. 20여 차례의 임기응변식 대처를 통해 누더기가 된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후가 어떠한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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