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사령탑이 총출동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10일(현지 시간) 개막한다. 미중 국방부 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게 될 이번 행사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놓고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년간 열리지 않았던 샹그릴라 대화가 3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다. 회의를 주관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이며 12일에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역내 질서를 위한 중국의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다. 연설 주제에서도 드러나듯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놓고 극명한 인식 차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회의 첫날인 10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관련한 언급을 하며 미국과 함께 반중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는 미중 국방장관이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동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최대 쟁점은 단연 대만 문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방문 기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스틴 장관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크게 다르다”며 대만 유사시 미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해 양국의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린 바 있다.
북한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핵실험을 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양측 만남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대한 합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군사 경쟁이 격화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데 이번 만남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1일 화상으로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기 지원 문제가 이번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수 있다. 16개월을 넘어선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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