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두고 일선 경찰 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적 연령을 낮추는 게 10대 흉악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소년 전과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1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10대 흉악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체 발달은 물론 생각하는 부분도 과거와 달라진 만큼 법률도 바뀌어야 10대의 흉악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형사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경찰은 “예전에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는 일탈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형사처벌이 안 되기 때문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대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최소한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의 길을 열어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 안팎에서 촉법소년의 법적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은 10대 범죄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술지 ‘교정담론’에 따르면 소년원에 신규 입원한 사람 가운데 촉법소년의 비율은 2014년 1.1%에서 2020년 3.1%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소년원 입원이 정도가 가장 심한 처분임을 감안하면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나이가 차서 큰 처벌을 받기 전에 범죄를 한 번 저질러보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문화가 발달한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하는 요인으로 제시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10대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랑하는 등 영웅 심리를 느끼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도 “요즘 10대 범죄는 예컨대 학교 폭력에서 그치지 않고 피해 학생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거나 이를 볼모로 협박하는 등 수위가 잔혹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령 하향은 상습적이고 잔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을 높이자는 차원”이라며 “대부분의 경범죄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촉법소년 연령 인하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미미한 데 반해 자칫 청소년 전과자만 늘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헌법재판소도 2003년 “14세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은 다른 국가의 입법례에 비춰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국내와 동일하게 대륙법 체계로 분류되는 독일과 일본·오스트리아(만 14세 미만)의 사례를 들어 연령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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