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사촌 형인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59세.
재계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는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1973년 삼성을 떠난 고인은 새한미디어를 세운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터프츠대를 1987년에 졸업한 뒤 1990년 새한미디어 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이창희 회장이 1991년 작고한 뒤 새한그룹을 물려받고 삼성가의 ㈜새한(옛 제일합섬) 지분을 넘겨받아 1995년 삼성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또 1997년 12개 계열사를 둔 재계 순위 20위 중반의 중견그룹 새한그룹을 정식 출범시켰다. 결국 장남인 고인은 34세의 나이로 부회장에 취임해 실질적으로 새한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사양길에 접어든 비디오테이프·필름 사업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그룹 경영난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사였던 ㈜새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1조 원이 넘는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가 금융 비용이 늘어나자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일본 도레이사에 섬유·필름 부분을 매각했다. 비디오테이프로 한때 이름이 높았던 새한미디어도 대규모 시설 투자와 테이프 산업의 사양화를 감당하지 못했다.
새한그룹은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2000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경영권을 잡았다. 고인은 당시 이태원동 자택을 포함해 247억 원 상당의 개인 자산을 회사에 출연한 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이후 ㈜새한은 웅진그룹에 넘어가면서 웅진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했고, 도레이새한도 사명을 도레이첨단소재로 개명함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 ‘새한’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인은 2003년 분식회계를 통해 10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고인의 동생 이재찬 씨는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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