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한 막내딸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서은수에게 영화 '마녀2'는 도전이었다. 욕설, 흡연, 음주는 물론 거친 액션까지 소화해야 됐던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그 안에 있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감독 박훈정/이하 '마녀2')은 자윤(김다미)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되고, 홀로 살아남은 소녀(신시아)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서은수는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총괄(조민수)의 지령을 받고 소녀를 제거하기 위해 나선 본사 요원 조현을 연기한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선한 캐릭터를 연기한 서은수에게 욕, 술, 담배, 액션 등으로 점철된 조현 역은 도전이었다.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는 상태에서 조현 역을 제의받았고, 서은수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마녀2' 시나리오를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 스케일이 나올 수 있구나' 싶었어요. 분명 글을 보고 있는데, 만화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CG가 더해지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제가 어떤 배역인지 몰랐어요. 조현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조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좋았습니다."(웃음)
'마녀1'의 팬이었다는 서은수는 다른 인터뷰에서 '마녀'의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녀2'에 캐스팅된 건 꿈같은 일이었다. 전편의 흥행 역시 부담이 됐지만, 그보다 더 부담스러운 건 매력적인 조현 캐릭터를 더 입체적이고 멋있게 그려야 된다는 부분이었다. 박 감독이 조현에 자신을 선택한 게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길은 험난했다. 액션 연기를 위해 비주얼적으로 변신해야 됐고, 다량의 영어 대사까지 소화해야 했다. 욕, 흡연, 음주 신을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제주도 촬영은 날씨 때문에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촬영 전, 액션 스쿨에 한 달 정도 다녔어요. 처음에는 액션 합을 맞추기 보다 액션을 하는 친구들끼리 근력 운동을 많이 했죠. 구르고, 뛰고, 낙법도 배우고 태권도 기초도 배웠죠. 촬영이 다가올 때부터 합을 조금씩 맞추기 시작했어요. 토우 친구들과 땀을 흘리면서 함께 훈련하니 전우애가 생기더라고요. 액션은 서로를 믿고, 집중해서 하는 거잖아요. 온 마음을 다 믿으면서 쌓아갔어요."
"현장에서 추가된 액션도 많았어요. 저스틴이 차 문을 이용해서 하는 액션도 현장에서 추가됐죠. 그 자리에서 빠르게 습득해서 저도 놀랐어요. 감독님이 요구하는 대로 해내더라고요. 저는 다양한 액션 동작을 조각조각 익혀서 붙이는 게 어려웠습니다."
식단 조절도 필수로 들어갔다. 주로 닭 가슴살을 먹으면서 운동했다는 서은수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제주도의 맛집을 다닐 때, 자신은 호텔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닭 가슴살을 중탕해 먹었다고 털어놨다. 따로 PT 선생님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 것이다.
영어 문장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에 맞춰 감정을 섞어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영어 대사로 쓰여 있는 게 아니라 한국말로 나와 있고 괄호로 영이라고 돼 있었다고. 빨리 번역본이 나와서 연습해야 되기에 서은수는 초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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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영어 선생님이 있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따로 없었어요. 제가 혼자 계속 영상으로 찍어보고 들어보고 연습한 거예요. 대사가 중간에 바뀌었을 때는 저스틴한테 번역해 달라고 하고, 영어 잘하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읽어 달라고 하면서 공부했어요. 현장에서 영어 잘하는 스태프에게 계속 물어봤고요."
욕, 흡연, 음주 연기는 쉽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했다. 음주 장면을 위해 보리차를 6L씩 마시면서 몸도 많이 부었다. 흡연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어려우면서 신기했다. 혼자 방에서 연습하면서 준비한 욕설은 부담이 됐지만 나중에는 애드리브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서은수는 '마녀2'가 새로운 시즌을 암시하고 끝난 만큼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조현과 장(이종석)의 10년 전 전사부터 시즌2 이후 이야기까지 아직 풀어야 될 이야기는 많다. 서은수는 작품이 잘 돼서 조현의 솔로무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갖고 있었다.
"'마녀2'가 잘 돼야 3가 나오지 않을까요. 꼭 극장에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품 안에서 10년 전이라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풀렸으면 해요. 조현이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능력이 이뤄지는 솔로무비도 나왔으면 해요. 다음에는 더 큰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조현의 전사는 서은수에게도 궁금증으로 남는다. 박 감독이 연기하기 편할 정도로만 설명해 줬고, 자세한 상황은 이야기해 주지 않은 상황에서 서은수는 박 감독의 머리를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님 머리 안에서 큰 세계관이 있어요.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에 이런 게 생겼다는 게 정말 좋고, 제가 거기에 참여한 것도 좋아요. 감독님이 과거 장이 조현의 직속 상사였다는 점만 알려주셨어요. 10년 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고, 그때부터 조현이 달라졌다고요. 나머지는 감독님 머릿속에 있죠. 같이 연기한 이종석과도 전사에 대해 따로 추측하진 않았어요. 감독님을 믿고 한 거예요."
이렇게 완성된 영화를 본 서은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캐릭터에 깊숙이 빠져 있어서 긴장한 상태로 영화를 봤다"는 서은수는 작품의 재미를 느끼고 비로소 안도했다. 그는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시기, '마녀2'는 전국으로 무대인사를 많이 다닐 정도로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녀2'는 저의 또 다른 자아를 찾게 해준 작품이에요. 저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줬어요. 저 역시 제 또 다른 얼굴을 봤기 때문에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할 수 있었고요. 뜻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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