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미국 기업들의 실적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기업들이 2분기 이후의 실적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다. 유통 체인 타깃은 최근 남아 도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가격 할인 행사 계획 등을 알리며 2분기 영업마진율 예상치를 내렸다. 월마트 역시 전년 대비 33%가량 재고가 늘었다고 밝히면서 실적 둔화 우려를 키웠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꺾인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다. 미 미시간대에서 진행한 소비자태도지수 예비 조사 수치는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인 50.2로 떨어진 상태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데이비드 도너베디언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 인상 시 소비자의 구매 의사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다. WSJ는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팩트세트를 인용해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2분기 S&P500 상장사 순이익 증가율이 4월 22일의 예상치인 6.6%에서 4.0%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전망치도 11.4%에서 10.6%, 10.9에서 10.1%로 각각 조정된 상태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점도 기업 실적에 악재 요인이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키리바는 달러 강세로 올 상반기 미 기업들의 수익이 약 400억 달러(51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0억 달러) 대비 5배에 달하는 규모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미국산 제품들에 대한 구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16개 통화를 대상으로 달러 가치를 산출하는 WSJ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8% 상승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 제약사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총매출 중 해외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2일 매출과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달러 강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도 강달러를 이유로 실적 눈높이를 낮췄다.
이처럼 기업 실적 둔화가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악재가 산적한 증시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수석전략가는 “매도세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과 실적 전망 하향으로 8월 중하순에 S&P500지수가 지금보다 13%가량 추가 하락한 340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S&P500지수는 18% 떨어져 1962년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