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 회동에서 “규제 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규제 혁신 추진 체계를 조속히 가동하고 현장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달라”며 규제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는 이에 맞춰 이날 첨단산업 인재 육성과 규제 혁신을 위해 33건의 기업 애로 사항을 개선하기로 발표했다. 이번 규제 완화안에는 첨단산업 대학원의 정원을 유연하게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던 과제 중 하나였는데 실제 첨단산업 대학원 정원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강력한 규제 혁신 추진 체계 주문=윤 대통령은 주례 회동에서 “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이 힘을 합쳐 국정과제 완수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총리는 이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규제혁신전략회의 등 강력한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규제심판 제도(red tape challenge)’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규제심판제도는 규제를 적용받는 대상자의 시각에서 제도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분야별 전문가가 규제심판관으로 참여해 개선안을 모색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의 보고를 받은 뒤 “규제심판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총리가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규제심판 제도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과제 발굴과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규제혁신추진단도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부, 대학원 족쇄 푼다…지난해 9월 대책 또 내놓아=국무조정실은 이날 주요 부처의 기업 애로 규제 개선 방안을 취합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핵심 사안으로 첨단 인재 육성 방안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첨단산업 분야와 관련해 대학원 정원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학원 정원을 늘리려면 교원, 교사, 교육용 부지, 수익용 기본 재산 등 네 가지 항목 모두를 갖춰야 했는데 앞으로는 교원 확보율만 충족해도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가 발표했던 내용으로, 반도체 인재 육성 등 윤 대통령의 철학과 맞아 핵심 규제 완화안 중 하나로 채택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려면 정원의 유연한 조정이 필요했지만 현 제도에서는 곤란한 점이 있어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며 “법제처의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공포·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첨단산업 분야 대학 간 공동 학과의 이수 학점 기준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1개 대학에서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을 전체 학점의 절반까지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대학별 자율적 학사제 운영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이에 대학 간 협약을 통해 1개 대학에서 이수할 학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제 첨단산업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의 교원 확보 또한 만만치 않은 데다 기업의 지원 없이는 정원 확대 등에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제도를 열어두는 것이고 대학이 어느 정도 정원을 늘릴지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헬스케어·드론 등 신산업도 속속 규제 완화=정부는 이와 함께 전국 단위로 전기차를 운영하는 법인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 수령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해당 법인이 지점을 둔 지자체에서만 보조금 신청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지점이 없는 지자체에서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변경 허가제와 관련해서는 네거티브 규제(금지하는 행위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를 적용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변경 허가와 관련해 중대한 변경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업체의 자율 관리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유지 보수 등과 관련해 별도의 변경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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