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입시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서열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급부상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를 완화·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등은 하향 평준화와 사학 자율성 침해라는 한계 때문에 추진되지 못했다. 반면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내는 방식은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UC) 시스템이 모델이다. 캘리포니아대 시스템은 1868년 개교한 버클리 캠퍼스를 중심으로 데이비스·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샌타바버라·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전역에 10개의 연구 중심 대학을 운영하며 저마다 특성화돼 높은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UC버클리는 공학 분야, UC샌프란시스코는 의학 분야에 강점을 갖는 식이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입시 지옥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향한 좁은 고속도로에서 병목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이 지역에 9개가 있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면 교육 지옥에서도 해방되고 국토 균형 발전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9개 지역 거점 국립대 총장은 물론 오세정 서울대 총장도 찬성하고 있어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는 데 큰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관건은 재원 확보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정부 출연금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지원된 정부 출연금은 약 5120억 원인 데 반해 9개 거점 국립대는 평균 1470억 원이다. 거점 국립대에 대한 정부 출연금을 서울대 수준으로 늘리려면 약 3조 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추진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대 육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만큼 거점 국립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방식의 지역 대학 육성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최근 열린 국공립대총장협의회에서 “국립대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을 통해 학생 1인당 국고 지원금을 대폭 높일 것”이라면서 ‘국립대학법(가칭)’ 제정 등 국립대 지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우수한 학생·교수가 지역에 머무르고 좋은 대학이 지방에도 있어야 기업이 투자하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배정해서 고등교육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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