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제도 개편과 함께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도 학과·전공에서 단과대·학부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적 사고를 지닌 창의 인재를 양성해야 함에도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학과·전공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2000년대 들어 학부제를 도입하고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특정 학과 쏠림 현상 등의 문제로 대부분 학과·전공별 선발로 회귀했다. 학부제도 한계가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음에도 축소·폐지된 것은 교수 간 갈등과 반목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최근 들어 무학과 입학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포항공대(포스텍)는 2018년부터 학과·전공별 선발 방식을 없애고 신입생 전원을 학문에 경계가 없는 ‘무은재(無垠齋) 학부’로 뽑는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전공을 선택한다. 학생들의 학점 경쟁을 막기 위해 성적과 관계없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KAIST 등 4개 과기특성화대도 2019년부터 무학과·무전공 제도를 도입해 확대하고 있다. 일반 대학에서는 성균관대와 이화여대가 공학계열과 인문·자연계열 일부를 계열별로 선발한다.
교육·과학기술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들이 무전공·무학과 선발을 도입·확대해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국내 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선발과 양성 체계가 과학기술, 첨단 산업의 발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단과대와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빨리 갈 수 있는 분야는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경계와 칸막이를 허물고 자원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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