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신청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사한 뒤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는 등 피의자가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추가로 설명했다.
또한 피의자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속된다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 등 모두 5가지를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앞서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직원들을 통해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종용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직원들을 시켜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사표를 내도록 하고, 황창하 현 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내정해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 등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9일 백 전 장관의 자택과 그가 근무하는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e메일 등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9일 백 전 장관을 소환해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인 지 나흘만에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백 전 장관은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이날 오전 10시 12분쯤 검은 정장 차림에 우산을 쓰고 법원에 출석한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고 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19일 한양대 사무실 압수 수색 현장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지시로 산하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 범위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부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도 수사를 확대하면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당시 문 정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사퇴 종용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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