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 수사를 면하면서 검찰 수사가 전 정부 윗선 등까지 이를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심 피의자 구속에 실패한 만큼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 켠에서는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한 만큼 향후 검찰 사정 칼날이 윗선까지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검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청구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혐의가 대체적으로 소명됐으나 일부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기각 사유다. 또 백 전 장관이 다른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지위나 태도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구속영장을 발부치 않은 이유로 제시했다. 기각 사유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포함됐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수사 실패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규명하려던 검찰 계획이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백 전 장관은 문 정부 집권 초기인 2017~2018년께 13개 산업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서를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또 이 과정에서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시절 총리 비서실 정부수석을 지낸 황창화씨가 한국지역난방공사 후임 사장이 될 수 있게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 등을 전달해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백 전 장관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그의 구속은 곧 윗선 수사의 열쇠로 꼽혔다. 실제로 검찰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산업부 사이 연결 고리라 보고,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하지만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수사가 물거품이 되면서 박 의원 조사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법원 기각 판단에도 검찰 수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법원이 기각 사유에 명시한 혐의 소명·객관적 증거 확보·추가 수사 불가피 등이다. 법원이 백 전 장관을 둘러싼 혐의고 어느 정도 입증됐고 또 이를 뒷받침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만큼 구속 수사 없이도 전 정부 윗선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되기는 했으나 사유 만으로 보면 오히려 증거 확보, 혐의 입증 등이 됐다고 판단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해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단순히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검찰이 혐의 입증을 위한 진술이나 물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언급한 부분은 윗선 수사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며 “검찰이 추가 영장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진데다, 정기 인사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 기각에도 수사에 고삐를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공직자 범죄 수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이 수사에 한층 가속을 붙일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백 전 장관에게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은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공직자 범죄의 대표적 혐의”라며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다고 한 데다 수사할 시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이 오히려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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