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샅바 싸움을 시작했다. 노동계가 올해보다 18.9% 오른 인상안을 발표하자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 노사 모두 이날 최초 요구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노사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을 놓고서도 지난 회의에 이어 다시 강하게 부딪혔다.
2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린 제5차 전원회의는 노동계의 최저임금 발표 이후 경영계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측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9160원보다 18.9% 인상된 1만 890원이 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생산과 투자·소비가 감소하는 경제 위기 상황”이라며 “18.9% 인상 요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폐업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날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4차 전원회의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놓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는 제4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내년도 업종별 구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공익위원은 경영계가 원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용역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향후 최저임금 심의 때 업종별 구분을 할 수 있는지 기초 자료를 만들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는 사문화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다시 꺼내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5차 전원회의는 연구용역안을 두고 회의 시작부터 논의에 돌입했다.
앞으로 관심은 노동계의 발표안에 대해 경영계가 어느 정도 수준의 대응안을 내놓을지 여부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지난해와 같은 동결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되면서 경영계가 다시 삭감안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심의에서 경영계는 각각 -4.2%, -2.1% 삭감안을 꺼냈다.
최초 요구안 제출이 마무리되면 노사는 수정 요구안을 재차 제출하는 식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왔다. 일례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23.9%로 제시했지만 실제 최저임금은 5.1%로 결정됐다. 만일 최종 요구안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하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출하고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도 공익위원 단일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윤석열 정부 첫 최저임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은 급격하게 올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저임금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 10.9% 인상됐다. 16.4%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공익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심의·의결한다. 최저임금위는 매년 8월 5일로 정한 최저임금 고시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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