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집행부가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허용과 관련해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실증특례가 적용되는 동안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21일 오후 대한약사회관에서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 허용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가 언급하는 약 자판기는 환자가 기계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약사에게 화상으로 증상을 말하면 약사가 원격으로 증상에 맞는 약을 추천하는 화상투약기다. 약사 출신의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가 지난 2012년 개발했다. 현행 약사법상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화상투약기를 통한 일반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했는데, 2019년 규제샌드박스 특별법 시행 후 실증특례를 신청해 전일(20일) 제22차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이 결정되며 상용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를 필두로 한 약사단체는 대면투약 원칙이 무너졌다며 집단 발발하고 있다. 실증특례 승인을 막지 못한 대한약사회 집행부를 향한 비난 여론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이날 회견에 앞서 “10여년 전부터 추진됐던 약 자판기 사업의 조건부 실증특례가 허용된 데 대해 회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약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상투약부의 조건부 실증특례를 허용한 책임은 정부 탓으로 돌렸다. 최 회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을 강력 규탄한다”며 “약 자판기는 대면원칙 훼손,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성 부족, 소비자의 선택권 역규제, 의약품 오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개인 민감정보 유출, 신청기업 중심의 영리화 사업추진과 지역약국 시스템 붕괴등을 유발할 위험한 실험이며 공공심야약국 정책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향후 약 자판기 시범사업의 법 위반 가능성과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며 실증특례를 무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약 자판기 실증특례, 규제를 면제하는 규정은 약사법 50조 ‘약국 개설자는 약국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선 안된다’는 규정 하나뿐이고 나머지 구체적 사업내용은 현행 약사법 규정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며 “약 자판기 상담 약사의 법적 지위와 적법성, 판매 약 품목과 가격 결정에서의 담합, 신청 기업의 운영 개입 문제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쟁점이 많고, 사업 과정에서 약사법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번 실증특례에는 3개월 동안 서울 소재 약국 10곳에서 3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화상투약기를 통해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도 해열·진통소염제를 비롯해 △진경제 △안과용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정장제 △하제 △제산제 △진토제 △화농성 질환용제 △진통·진양·수렴·소염제 등 11개 효능군으로 제한된다. 당장 3개월 뒤부터 화상투약기 대수를 키워 실효성 등을 평가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실증특례 후 약사법 개정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약사회도 이 점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약 자판기 실험이 진행되는 4여년 동안 약 자판기 실험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실증실험을 무력화하겠다"며 "우리가 일치단결해서 위험무도한 시범사업에 일체 참여하지 않으면서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약사법 위반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약 자판기 시범사업의 무모성과 위해성을 밝혀내고 4년 후 약 자판기가 약사법에 오르는 상황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정부를 향해서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체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보건의료적 문제를 외면하면서 졸속적으로 추진 중인 일상적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정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합리적 정책이 추진될 때까지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약사 말살 정책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도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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