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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반격 "브릭스 기반 국제통화 창설"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서

"서방, 시장경제 등 원칙 무시"

경제·무역 질서 새판짜기 선언

"자의적 제재 전세계에 재앙"

시진핑 즉각 호응 '지원사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국제준비통화(International Reserve Currency) 창설을 추진한다.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통화를 만들어 미국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서방 중심의 경제 생태계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23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중국의 지원 하에 공격적 새 판 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현지 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국제준비통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이와 관련해 “금융거래에서 달러의 역할을 줄이는 방안이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새 국제통화 구상이 사실상 달러화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푸틴이 언급한 통화 바스켓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가맹국의 국제수지가 악화할 때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달러·유로·위안·엔·파운드 등 5개국 통화를 기반으로 한 SDR을 배분한다.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국제준비통화가 현실화할 경우 바스켓에는 러시아 루블, 중국 위안, 브라질 헤알, 인도 루피, 남아공 랜드화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인출 권리인 SDR과 달리 새 국제통화는 브릭스 국가 간 무역 결제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자체 국제금융결제망인 '미르'가 글로벌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며 “다른 브릭스 국가의 은행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복귀를 시도하는 대신 스스로 대체 시스템과 국제통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무역 질서도 브릭스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인도 체인점을 열고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에 대한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늘고 농업 협력도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도가 서방 중심의 경제 체제를 깨려는 목적을 가졌다는 것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서방국들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사유재산의 불가침성 등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어려운 조건에 처했다”며 “브릭스 국가들을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국제 파트너로 삼아 무역과 경제 접촉을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세계 경제를 정치화·도구화·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국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게 재앙을 초래한다”고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며 대안적 경제 질서 구축의 필요성을 정당화했다.

브릭스 밖에서도 러시아의 새 질서 구축 행보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을 방문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석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은 원유 증산 여력이 하루 125만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국가 가운데 가장 큰 만큼 양국이 손을 잡을 경우 에너지 분야에서 적잖은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라이시 대통령에게 “미국과 서방이 취한 이기적 노선의 부정적 영향을 받는 국가들끼리 경제 관계를 재구성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협력을 촉구했다.

다만 러시아의 이 같은 시도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브릭스 내에서 인도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인도 협상단을 인용해 인도가 브릭스를 앞세워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시 주석의 주재로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26~28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9~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와 맞물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G7 관계자를 인용해 “(G7 정상들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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