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소 연구원 출신 대학교수가 연구원 퇴사 직전 풍력발전기 기술을 빼돌렸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유출된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으로 보호받는 첨단기술은 아니더라도 연구소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국항공대학교 교수인 A씨는 과거 자신이 근무하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 연구소의 풍력발전기 관련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다. A씨는 2017년 2월 연구소를 그만두면서 풍력발전기 날개인 블레이드 시험계획 관련 기술이 포함된 파일을 반출한 뒤 중국업체와 9만7200달러(1억2000만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관련기사
쟁점은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보호 의무가 있는 첨단기술인지 여부다. 검찰은 해당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상 첨단기술에 해당한다며 재판부에 산업부 장관이 발급한 확인서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반면, A씨는 해당 기술은 논문과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공개돼 보호할 필요가 없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출된 기술들은 블레이드의 성능 및 신뢰성 평가와 관련된 시험기술이어서 첨단기술이나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첨단기술의 개념 정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기술로드맵 유망기술체계도를 참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해당 기술은 첨단기술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논문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고 주장하지만 A교수가 제출한 증거에 포함된 정보는 일부분에 불과하고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여 관련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연구소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누설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연구실에서 영업비밀 파일을 열어 파일 위에 덮어쓰기 하는 방법으로 중국업체에 전달했다”며 “전달된 파일은 수치 등 일부 내용 만을 변경했을 뿐 연구소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역시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