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재정난 완화를 위해 등록금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한다. 물가 상승 등 어려워진 대내외 환경에 대학의 자율성을 옥죄는 대표적 규제인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었을 때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를 어떻게 줄일지가 동시에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데 정부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시기 등을 놓고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율은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하거나 심지어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 차관은 “등록금 규제가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국가장학금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했다”면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시기와 학생·학부모의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규제를 푸는 적절한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등록금 규제를 해제했을 때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도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 차관은 “무조건 등록금 규제만 푼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언제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는데 1~2년 끌지는 않고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은 등록금 규제를 풀되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늘려야 대학 재정난을 완화하는 동시에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초중등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 고등교육에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대학들은 실효성이 부족한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장 차관은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 금액은 초중등에 비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서 “고등교육재정 지원 규모가 작고 확대해야 한다는데 정부 내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있지만 매년 예산 규모와 경제 상황을 보면서 미세 조정하기보다 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도적으로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재정 당국과 내년도 예산을 협의 중인데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방안이 구체화되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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