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제무대에서 다자외교에 나서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약식회담 등을 통해 관계개선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출국을 앞둔 26일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외교 데뷔전' 준비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6일 오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한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참가는 미국과 나토가 유럽 국가 외에도 우리나라를 일본·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약 10차례 양자회담이 추진된다.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캐나다),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경제안보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과 관련된 사안도 국익 차원에서 챙길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경제안보 가운데 경제에도 비중을 크게 두면서 군사동맹인 나토의 반중·반러시아 기조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수출 이슈로 국익을 챙기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나토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이번 정상회의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함축적으로 본인에게 메모 형태로 만들어 주기만 하면 국익을 위해서 한몸 불사르겠다라는 자세로 지금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직접 "유럽과 아시아 여러 정상이 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다양한 현안들, 또 수출 관련 문제라든지 이런 것도 필요하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서방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29일로 조율되고 있는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은 동북아의 외교안보 지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한미일은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문제 등 대북 공조에 대한 논의가 최우선 순위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미일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전임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바 있다. 이번에 성사된다면 4년 9개월 만이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문재인정부들어 소원해진 세 나라의 삼각연대가 다시 부활하고 대중국 견제와 강력한 북핵 억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호 총리가 일대일로 만나는 약식 정삼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정부 들어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일관계의 정상화가 빨라질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일본 모두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다. 대신 '풀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동) 형태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도 추진된다. 이들 4개국은 나토 비회원국이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다. 한국을 비롯한 비유럽 국가들은 이번 다자간 정상회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진영이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연출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순방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해 배우자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외교 무대 데뷔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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