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빛나는 티아라를 쓴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단순한 아이들의 코스프레가 아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몇 배나 많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차려입은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의지는 아니다. 누군가가 억지로 소녀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이 추악한 관행이 실행되는 곳은 미국의 한 사이비 종교 단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는 근본주의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FLDS)의 초대 교주 루론 제프스의 가족과 전 부인들이 현 교주 워런 제프스, 그리고 일부다처제와 미성년자 성범죄 등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일명 예언자로 불리는 이 단체의 초대 교주 루론 제프스는 약 70명 이상의 아내를 두고 있다. 예언자는 자신의 결혼뿐 아니라, 신도들에게 결혼을 지시하기도 한다. 예언자의 지시를 받은 신도는 당일 밤,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는 불법이지만, 이를 처벌할 명확한 법이 있지 않아 단체는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워런 제프스의 아내 중 일부자 미성년자고, 이 소녀들이 임신했다는 게 알려지며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FLDS는 아내와 자식이 많을수록 천국에 가고, 이와 다르게 행동하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 종교 단체다. 아내가 많아야 천국에 간다고 믿는 이 종교에서 젊은 여성은 재화의 기능을 한다. 결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가 교주기 때문. 남자들은 더 많은 아내를 얻기 위해 교주에게 지배당하게 되고, 자신의 딸을 직접 교주에게 받치기도.
이런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복종을 강요받는다. 이들이 말하는 천국과 구원 속에서 여성의 존재는 지워진 상태다. 아내가 많은 남자는 천국에 가지만, 그 아내는 천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언급조차 없다. 이 단체에서 여성은 그저 재화 그 이상도 아닌 것이다. 이를 위해 워런 제프스가 직접 여성들을 교육하는데, 그가 강조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뇌를 비우라"고 말하는 그는 여성들에게서 생각을 빼앗고, 그저 복종하기만을 원한다. 상황이 이러니 여성들은 2차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치 않는 사람과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그루밍 범죄와 성범죄를 당한다.
작품은 잘못된 신념으로 뭉친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FLDS는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돼 자체적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살고 있다. 대다수의 신도는 대부분 집에서만 생활하며 다른 도시로 이동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이 얼마나 잘못되고 위험한지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변화한다. 일부 신도들이 용기를 낸 덕에 단체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니 말이다. 이곳에서 탈출한 여성은 자유의지를 갖고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 단체 내에서 금지됐던 스타일의 옷을 입고, 머리 모양도 마음껏 원하는 대로 한다. 무엇보다 원하지 않았던 결혼에서 벗어난 이들의 표정은 자유롭기 그지없다.
◆ 시식평 : FLDS는 아직도 미국에 잔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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