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학교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는 한류 문화콘텐츠 소재로써의 ‘이류(異類)문화’를 주제로 삼아 온·오프라인 세미나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여기서 이류(異類)란 인간과는 다른 종족, 예컨대 귀신, 괴물, 요괴 등을 말한다. 이날 세미나는 한류 문화콘텐츠 소재로써의 이류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활용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전날 열린 세미나에는 부구욱 영산대 총장, 김인규 창조인재대학장 등을 비롯한 20여명의 문화콘텐츠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주제발표는 정재서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과 김수연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 신현찬 동화작가 등이 맡았다.
정 소장은 ‘동아시아 이류문화의 원천 산해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산해경은 고대 중국의 신화와 자연관을 담은 서적이다.
정 소장은 이류문화를 소개하며 한류 콘텐츠의 소스가 될 원형소재로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산해경은 동아시아 신화의 고전이고 신화는 모든 이류문화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산해경을 통해 이류문화의 원형을 발굴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한류 문화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족 이(異)담, 한국 이류변신담(異類變身談)의 관계 서사와 치유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류변신담은 동물 등이 인간으로 변화하는 변신설화다.
김 교수는 이류변신담의 은유적 의미를 조망하며 현재의 시사점을 전했다. 그는 “이류변신담 속에서 제도·문화적 억압을 의미하는 금기를 발견할 수 있다”며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 기담(奇談·이상하고 재밌는 이야기)의 판타지 자체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관계의 취약성 등 청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엿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동화작가인 신현찬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류문화가 실제 창작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 작가는 “최근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이류문화 캐릭터는 전투력을 가지고 서로 싸우는 등 폭력성을 담고 있다”면서 “하지만 신화·설화의 요괴·괴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공포가 아닌 창작자나 동시대 사람들이 가진 억압된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류문화의 캐릭터를 폭력성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작품이 만들어진 본래의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류문화에 담긴 억압된 심리와 같은 인간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부 총장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의 세미나가 계속되면서 한류 문화콘텐츠 발전을 돕고 창작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깊이 있고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한류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는 한류와 관련한 문화콘텐츠 진흥, 정체성 확립, 지속적 발전 등을 위해 문화원형을 발굴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고자 매년 2차례씩 세미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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