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증시도 52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6월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가 상반기 동안 20.9% 급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상반기 중 20.58% 미끄러지며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상반기에 각각 15.31%, 29.51% 하락했다.
개별 종목들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상반기 중 넷플릭스는 71%,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52% 곤두박질쳤으며 디즈니 39%, JP모건 29%,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도 각각 25%, 23% 급락했다.
CNBC는 “미국 증시를 50여 년 만에 최악으로 몰고 간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한 단어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으로 미국인의 생활비가 1980년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 코로나19로 여전히 취약한 경제와 시장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이 상반기 동안 16.6% 하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고전했다. 국내 코스피·코스닥지수도 각각 20% 이상 미끄러졌다.
문제는 이 같은 증시 부진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모건스탠리는 연말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한 S&P500이 1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최근 전망했다. 투자회사 샌더스모리스해리스의 조지 벨 회장은 “주식시장 바닥이 아직 오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며 “S&P500 3100선이 바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더 큰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다”며 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 우려를 고조시키면서 결국 증시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턴트러스트자산운용의 케이티 닉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최대 리스크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이라며 “향후 몇 달간 경제지표가 금리와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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