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수성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5일부터 규제지역에서 해제될 예정이지만 현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통상 규제지역 해제는 호재로 인식돼 매수 문의가 늘고 매도 물량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구에서는 지난달 30일 규제 해제가 발표되고 다음 날인 1일까지 매물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규제 해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되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로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입주 물량 증가 및 인구 감소 등 대구 지역의 특성상 부동산 시장 하향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1일 대구 아파트 매물 수는 3만 2349건으로 전날 3만 2247건 대비 102건(0.3%) 늘어났다. 개발 계획 발표나 규제 해제 등 특정 지역에서 호재가 터지면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매물이 더 쌓인 것이다. 앞서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서는 올해 2월 24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을 상록수역에 정차시키는 방안이 발표되자 전날 1208건이던 매물이 당일 1180건으로 줄었고 약 일주일 뒤인 3월 1일에는 1090건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대구는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주택정책심의위원회 결과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고 나머지 7개 구·군(동·서·남·북·중·달서구·달성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수성구를 제외하고는 전부 비규제지역이 된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비규제지역이 되면 1주택자 기준 LTV 상한이 50%에서 70%로 늘어나고 각종 청약제도가 완화된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7년에 달하는 재당첨 제한 기간이 없어지고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는 전매 제한 기간은 6개월로 줄어든다. 전용 85㎡ 이하 주택형의 추첨제 비율은 25%에서 60% 이상으로 늘어나 젊은 계층의 청약 당첨 기회가 넓어진다.
당장 청약을 실시한 단지는 없지만 기축 매매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늘거나 매물이 감소하는 현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동구 신암동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번 규제 완화를 매물 처분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대구는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입주 물량도 너무 많아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하락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수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늘어나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및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 245만 3041명이었던 대구 인구는 올해 236만 3420명으로 8만 9621명(3.7%) 감소할 예정이다. 5년 뒤인 2027년에는 225만 4448명으로 10만여 명(4.6%) 더 줄어든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2022년에서 2027년까지 5162만 8117명에서 5134만 8388명으로 0.5% 소폭 감소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감소 폭이 크다.
반면 입주 물량은 늘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 2020~2023년 누적 입주 물량은 8만 8545가구에 달한다. 이는 대구보다 인구가 25만 명가량 많은 경북의 같은 기간 입주 물량(3만 5883가구)의 두 배를 웃돈다. 특히 대구 입주 물량은 △2020년 1만 5549가구 △2021년 1만 7204가구 △2022년 2만 840가구(추정) △2023년 3만 4952가구(추정)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대구의 매매 가격 하락 및 미분양 추세는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이번 주까지 3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는 가장 최근 분양한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까지 15개 단지 연속으로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미분양 물량도 올해 5월 6816가구로 전년 동기 1185가구 대비 약 5500가구 늘어났다. 초기 분양률(분양 후 3~6개월 된 단지의 분양률)은 지난해 1분기 82.7%에서 올해 1분기 52.1%로 폭락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축 매매 시장이나 청약 시장 수요자는 매입 가격보다 앞으로의 가격 추이를 가장 신경 쓰는데 대구는 입주 물량이나 향후 인구를 고려했을 때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 하락이 매수 심리 위축을 부르고 그 결과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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