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여파로 조직 내 허리급인 중간 간부들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법무부가 곧바로 빈 자리를 메우는 인사를 내기는 했으나 ‘베테랑 인력 이탈에 따른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 정기 인사 후 검사들의 줄사표로 발생한 결원을 메우기 위한 추가 인사를 단행했다고 1일 밝혔다. 중간 간부급 인사가 발표된 지난달 28일 이후 이틀 만에 고검 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전보 인사를 낸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네 차례 이뤄진 인사에서 의원면직(진행 중 포함) 명단에 오른 인원은 총 37명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거나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사직 의사만 올린 검사들을 더하면 50명이 넘는 인원이 검찰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전 정권 흔적 지우기’ 성격의 물갈이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 점에서 검사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번 낙인이 찍힌 검사들은 5년 내내 한직을 떠돌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검찰 내 팽배한 상황이다. 현재 의원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검사 6명도 검찰 내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대검찰청과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이다. 배성훈 대검찰청 형사1과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고진원 공정거래조사부장, 이혜은 공보담당관, 김원호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류국량 공판1부장, 이선혁 형사1부장, 임대혁 형사13부장 등이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직서를 낸 한 부장검사는 “인사 발표에 충격을 받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결과를 받아들이려 했다”면서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어 결단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대규모 인사와 사직 행렬이 이어지지만 최근 4년간 이런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2019년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들만 챙겨준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역대급 줄사표가 이어졌다. 반대로 이듬해에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격돌한 ‘추윤 갈등’에 특수통 검사 수십 명이 옷을 벗었다.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인사’로 검찰 조직의 허리 격인 차·부장검사가 줄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현안 사건을 다루지 않는 수사팀부터 인력 이탈에 업무 과부화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규 진입보다 이탈이 늘면서 검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정원(2292명)보다 150명가량 부족하다.
재경지검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사직서를 낸 부장검사 중에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들도 있다”며 “검찰이 오랜 시간을 들여 키워낸 자산을 인사 때문에 떠나보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숙련된 검사들이 빠져나가며 고참급이 떠난 자리를 신입 검사가 메꾸는 악순환만 거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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