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시작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이달 들어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화물연대 파업에서 노동계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정부가 앞으로 발생할 대규모 파업에 제대로 대응·관리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한 ‘노동 개혁’은커녕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임금 인상이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경영·노동계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복합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두고 점거하고…이어지는 대정부·대기업 투쟁=3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최근 강도 높은 대정부·대기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지난달 7일 총파업을 일주일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2일 5만 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서울에 모여 ‘7·2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하투 본격화를 선언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협력 업체 직원들이 농성 중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조선소의 하청 구조를 지적하며 1㎥의 철제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6명은 선박 내의 난간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옥포조선소의 일부 작업장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진수 작업이 중단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0여 명이 5월 2일부터 두 달째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노조 측이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이 지급한 특별격려금 400만 원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인천·포항·순천의 노조원들은 각 지역의 공장장실을 점거했다.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공권력 개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수도권 조합원들은 1일부터 운송 중단에 들어갔다. 현 정부는 레미콘 업체들과 운송비 인상 등 여러 사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양측은 다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여태까지 진전이 없었던 협상이 운송비 인상 폭 등을 놓고 일부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은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가 이달 중순께부터 총파업을 돌입한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파업을 전후해 20만 명 참가를 목표로 총파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노동계의 장외 투쟁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10월 전국노동자대회(총파업), 12월 민중총궐기대회가 예정돼 있다.
◇노정 간 강대강 대립 심화 예상…"복합 위기 극복 위해 머리 맞대야"=윤석열 정부가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노동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데다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노동계와 강대강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달 16일 공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 체계 개편,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을 시사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진행되는 노동계의 쟁의행위는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면서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 간 대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국민 모두의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전체가 희생할 수 없다는 점을 노동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계도 과도한 임금 인상이 기업의 부담을 넘어 해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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