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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로 문화재 읽기]망가지고 다시 짓기 반복한 궁궐…중건·재건·복원 등 표현 정리를

<2> 경복궁

건청궁 앞에 있는 ‘전기 발상지’ 표지석. 단숨에 읽기가 쉽지 않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궁궐로 그동안 망가지고 또 다시 지어지는 등 수난을 많이 겪었다. 궁궐을 다시 짓는 것을 보통 ‘중건’이라고 하는 경복궁 안내판에는 너무 여려 표현이 등장해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안내판에 “1867년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을 중건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다시 만들다는 표현은 중건, 재건, 복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의미는 서로 다르다. 경복궁 내 다른 안내판에는 “1867년 다시 지어진 사정전은…”을 비롯해 “경회루는 …1867년 재건되었다”, “1968년 재건된 광화문은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었고…”, “(광화문은) 2010년 원래의 위치에 제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등의 문장도 있다. 표현을 통일해야 방문객들의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게 불탄 경복궁을 1867년 다시 지은 것은 ‘중건’인 반면, 최근의 작업은 ‘복원’이 일반적이다.

재건, 중건, 복원 등의 표현이 엇갈린다.


“경복궁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목멱산(지금의 남산)을 안산으로 삼아 풍수지리적인 터잡기에서도 한양의 중심을 차지했다”는 표현이 있다. 풍수지리상 주요 시설을 뒤에서 받쳐 주는 것은 ‘주산(主山)’. 주산 앞쪽에 나지막한 산을 ‘안산(案山)이라고 하는데 안내판에도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문화재(문화유산)을 설명하는 데는 역사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말을 가능한 알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다.



광화문을 안내하면서는 “건춘문(동)·광화문(남)·영추문(서)·신무문(북)은 각각 봄·여름·가을·겨울과 나무·불·쇠·물 등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전통적인 오행설에서 유래됐다”는 표현도 어색하다. 오행설에 낯선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행설에 따르면 봄(춘)과 나무는 동쪽, 여름과 불은 남쪽, 가을(추)과 쇠는 서쪽, 겨울과 물은 북쪽을 의미한다고 한다.

궁궐 대문들이 오행설에 따라 세워졌다는 표현이 있다.


경복궁의 북쪽 구역에 건청궁이 있는데 앞에 ‘한국의 전기 발상지’라는 표지석이 있다. 내용은 “이곳은 고종황제의 어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전소를 설립하여 1887년 3월6일 건청궁 전등에 점화하고 경복궁에 750개의 전등을 가설 점등함으로써 이 땅에 비로소 문명의 빛을 밝힌 유서 깊은 곳이다”고 적혀 있는데 한 숨에 읽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상황에서 1887년 고종은 ‘황제’가 아니었으며 또 전등이 ‘문명의 빛’이라는 표현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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