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등 각종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던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취임했다. 유은혜 전 장관이 퇴임한 지 57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가 잡히지 않자 지명 40일 만인 4일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이 박 사회부총리 임명을 강행한 것은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다되도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두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볼 수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기한 내에 오지 않자 재송부를 요청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럼에도 박 부총리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인사청문회에서 박 부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장을 줌으로써 야당은 물론 교육계의 반발을 키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낙마한 김인철 후보자에 이어 같은 행정학자인 박 부총리를 교육 수장에 앉히려 한 의도는 명백하다. 노동·연금과 함께 새 정부가 3대 국정 개혁 과제로 내건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는 물론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관료 출신을 포함, 교육부와 연이 닿아 있는 교육학자에게 장관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박 부총리가 교육을 모르는 비전문가여서 교육 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박 부총리는 교육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자질을 검증할 기회도 없이 심지어 교육계로부터 ‘부적격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어쩌면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지도 모르는 교육 개혁의 동력을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더 이상 기우(杞憂)가 아니다.
음주운전이나 논문 표절, 조교에 대한 갑질은 자체로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데 있어 큰 흠결이지만 교육부 장관의 자격과 자질로서는 치명적이다. 오래전 일이라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사실무근이라고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는 현장에 영(令)이 제대로 서질 않는다. 박 부총리가 임명되자 당장 한 교원노조 지부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교육부 장관님 ‘음주운전’을 교원의 5대 비위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국회가 열리고 사후 청문회든 상임위원회에서든 야당은 집요하게 해당 논란과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할 것이다. 임기가 시작됐다고 묻혀질 사안이 아니다. 야당은 음주운전 외에도 위장 전입 의혹, 장녀의 서울대 장학금 의혹, 차남의 대학 입시 관여 의혹 등도 제기한 상태다.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등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고 리더십과 개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20여년 전 저지른 잘못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거듭 송구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이처럼 박 부총리가 공인으로서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고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더미다. 하나같이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고 정치권 특히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사안들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노조, 등록금 규제 완화는 학생·학부모,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은 지방대의 반발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박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교육개혁의 중심에는 가장 먼저 우리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모든 과정은 교육 현장, 교육 수요자와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교육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혁이 쉽지 않지만 결국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해법을 구하고 동력을 얻을 수 밖에 없다. 교육계의 반발 속에 취임했지만 국민과 교육계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할지 여부는 박 부총리에게 전적으로 달렸다.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한’ 끝에 교육 수장에 올랐지만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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