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취임 인사차 관광 업계와 만나 관광에 대한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모인 여행업·숙박업·테마파크 업계 등의 인사들에게 “관광은 경제고 문화다. 관광이 활기를 띠려면 문화와 어울려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며 “우리의 수많은 역사와 콘텐츠에 매력적인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입혀서 관광산업의 차별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언급이다.
관광이 문화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관광 업계에서는 당연한 논리다. 이는 오히려 문화예술계에 더 해야 하는 말인 듯하다. 일부 문화예술계는 ‘문화는 관광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이 컸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개방된 서울 청와대를 지난달 점검차 둘러본 문화재위원회 위원 가운데 한 분이 불만을 섞어 한 말이다. 청와대는 문화재이지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일부에서는 순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한때 나온 문화예술의 산업화를 시도한 ‘예술 산업’ 구상도 거센 반발로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러는 가운데 이웃 국가들은 문화와 관광의 융합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웃 중국은 2018년 문화부에 기존 국가여유국(관광청)을 합쳐 문화여유부를 만들었다. 중국 매체에서는 문화와 여유(관광)를 합친 ‘문화여유’라는 단어가 그냥 ‘여유’보다 많이 쓰인다. 일본에는 독립된 관광청이 있는데 이는 총리 직속으로 전 분야를 통합한 관광산업 육성을 겨냥한 기동부대 성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관광 부문이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있지만 문화예술은 제1차관, 관광은 제2차관 관할이다. 다른 차관 관할에서는 생각보다 강한 벽이 존재한다. 일본처럼 관광청으로 독립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다만 이는 대략 좁은 의미의 관광 인식에 의존한다.
관광에 스토리를 입혀야 함은 당연하다. 오히려 문화계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문화는 관광’이라는 인식이 전 산업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행사·호텔만 관광산업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계나 다른 산업계를 만나서도 “문화를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기를 기대해본다.
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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