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핵심 부문인 춤(안무)의 저작권 인정 유부를 두고 정부·안무협회와 음악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다. 안무협회는 안무저작권을 인정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음악단체들은 부정적인 성명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등 4개 음악단체는 26일 성명을 내고 “(안무) 표준계약서의 성급한 도입은 업계에 큰 혼란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안무저작권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행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으로 명시된 무용 저작물에는 대중음악 안무가 포함된다”며 “안무저작권협회 주장처럼 대중음악 안무만을 세분화해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무용의 하위 장르) 저작물과의 형평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K팝 안무는 음악과 춤이 상호 필수 불가결하게 결합한 특수한 유형으로서 미국이나 일본 등 유사하게 대중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한 국가의 저작권법에서도 안무에 대한 별도의 수익 배분 청구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수익 배분은 음악 등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책정되어야 하며, 단순히 ‘플랫폼 조회 수익 분배’와 같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기준에 따라 무한정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안무저작권 관리 시스템 구축에 앞서 이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려는 권리의 산정 기준과 방법이 특정되고, 음반 제작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안무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안무저작권 보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023년 말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함께 ‘저작권 사각지대’로 안무 부문을 지적한 바 있다. 문체부는 안무저작권 보호 방안을 발표하고 안무저작권의 이해와 활용 등 K팝 업계가 기준으로 삼을 ‘안무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다. 이어 조만간 ‘안무 표준계약서’까지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문체부가 개최한 ‘안무저작권 보호 방안 발표회’에서 김찬동 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안무저작권 적용이 이제까지 잘 안됐던 이유로 “안무저작자 결정이 어렵고 저작권에 대한 안무가들의 인식이 낮다. 저작권자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기준이 필요하다”며 ▲ 등록시스템 유형 분류 개선을 통한 안무저작권 등록 활성화 ▲ 안무가 단체의 기준 설정 ▲ 안무 계약 관행 개선을 위한 공정한 기준 제시 ▲ 안무 저작권집중관리단체 설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에서도 현재 국내 시장에서 안무저작권의 철저한 적용이 시기상조라는 발언이 적지 않았다.
문체부 정향미 저작권국장은 “창작자의 권익 보호는 창작 활동의 동기를 부여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핵심으로 우리 문화산업 발전에 필수 과제”라며, “문체부는 K팝과 함께 K안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팝은 대부분 노래와 안무로 이뤄진다. K팝의 노래는 작사·작곡의 경우 저작권이 분명한 반면, 안무는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행 규정상으로도 대중음악 안무는 저작권법 제4조 1항의 ‘연극 및 무용·무언극 및 그 밖의 연극저작물’의 하나로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안무저작권 관련 세부 규정이나 저작권료 징수 방안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 그룹 클론의 강원래가 KB금융으로부터 이 회사 광고 영상에 사용된 ‘꿍따리 샤바라’의 안무저작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다. 뉴진스(NJZ)와 아일릿은 안무 표절 시비로 시끄러웠다.
안무저작권은 국회에서도 논란이었는데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질의에 대형 기획사인 SM, YG, JYP 등 엔터사 3사 대표는 모두 “안무 저작권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이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답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안무) 표준계약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무가들로 구성된 안무저작권협회는 앞서 ▲ 안무를 독립적인 저작물로 명시하고 안무가의 권리를 명확히 규정한 저작권법 개정 ▲ 공정한 계약 조건과 수익 배분 방식을 담은 표준계약서 도입 ▲ 투명하고 효율적인 안무 저작권 관리 시스템 구축 ▲ 음반 제작자, 안무가, 플랫폼 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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