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리셴룽 총리,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과 잇달아 회동하고 양국 협력 증진 방안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양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리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심인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디지털, 인적자본, 보건의료, 문화 분야 등에서 상호호혜적 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디지털 규범 형성에 동참하고자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가입작업반 의장국인 싱가포르 측의 지지를 당부했다.
양측은 미얀마 내 상황이 실질적인 진전 없이 지속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동시에 지난해 4월 미얀마 관련 아세안의 5개 합의 사항을 미얀마 군정이 조속히 이행할 수 있게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와 관련한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박 장관은 같은 날 오후 발라크리쉬난 장관과의 회담 및 만찬에서 싱가포르가 한국에 주요 인프라 건설 협력 파트너이자 한국의 대(對)아세안 정책의 핵심 파트너국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향후 예정된 전철·항만 등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또 싱가포르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에너지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히며 해당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이른 시일 내 가시화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박 장관과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한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양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 등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이로 인해 발생한 식량·에너지 안보 등과 관련한 경제 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과도 면담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박 장관과 간김용 장관은 지난 5월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양국이 모두 참여 중인 만큼 향후 관련 논의가 조속한 시일 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 경제 협력을 경제안보 영역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같은 날 오전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이 주최한 '대한민국의 한반도 및 역내 평화·안보 기여 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는데, 특히 경제안보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싱가포르에게는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가 극히 중요한 만큼 양국이 경제 안보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한국의 새 정부 외교 비전인 '글로벌 중추 국가'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세안과의 협력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싱가포르 방문 계기 현지 동포 지도자 오찬 간담회도 개최하고 싱가포르 동포사회가 한인회 등의 노력을 기반으로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또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에 걸맞는 재외동포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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