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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는 수입품이자 수출품"…한국계 덴마크 작가의 분노

마야 리 랑그바드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간

입양인 출신 개인적 경험 바탕

국가간 입양 허상 통렬한 비판

한국계 덴마크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가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제공=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한국명 이춘복)의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난다 펴냄)는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저자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간 입양의 허상과 입양아들의 고통, 이를 용인하는 사회 구조에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랑그바드는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국내 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가 간의 입양은 양부모에게도, 입양인에게도 좋은 일로 인식되지만 입양인이 겪는 어려움이 많고 혜택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 덴마크에서 먼저 출간된 이 시집은 ‘여자는’라는 주어와 ‘화가 난다’는 동사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변주하면서 국가간 입양에 대해 분노한다. 작가는 해외 입양으로 연간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새로운 시장을 찾아 저소득 국가의 아이들에 눈독을 들이는 미국 입양기관 국제홀트아동복지회 등에 분노하며 심지어 다른 입양아와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고 말한다.

그는 “이 분노는 깊은 슬픔”이라며 “친부모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슬픔, 실제 입양 과정을 알게 되면서 체계적인 입양에 대한 믿음을 잃고 겪은 슬픔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작가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현실 비판을 통한 창조와 변화의 원천이기도 하다. 랑그바드는 주어를 ‘내가’ 아닌 ‘여자는’으로 표현한 데 대해 “시집에는 개인적 경험은 물론 다른 입양아의 경험도 섞여있다”며 “화자와 거리를 둬야 공동의 증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 백인 가정에 입양돼 어릴 때부터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길거리에서 한국인 입양아를 만나면 외면했다고 한다. 주변에는 한국인이 없었고 백인 문화 일색이었다. 그러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 머물며 국가간 입양에 비판적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덴마크인이자 한국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이번 시집이다.

2006년에 친부모와 만났지만 이후 5년간은 교류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적 장벽에다 통역가를 불러야 하는 언어적 장벽 때문이었다. 특히 성 소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 대해 “비록 덴마크어로 썼지만 책을 쓰는 내내 한국에서도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모국에서 입양 당한 사람 이전에 작가로서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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