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고객의 의류 선호도가 바뀌었음에도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의류업체 갭(GAP)의 소니아 싱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3월 취임한 싱걸 CEO가 사임하기로 했으며 이사회 의장인 밥 마틴 전 월마트 CEO가 임시 CEO직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갭은 공석인 계열사 올드네이비의 새 CEO로 호라시오 바베이토 전 월마트 캐나다 CE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싱걸 CEO는 갭의 이사회에서도 물러난다.
이 같은 결정은 갭과 갭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올드네이비의 실적 부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올드네이비는 지난해 여름 브랜드의 포용성을 강화하겠다며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출시했지만 이후 너무 작거나 큰 사이즈의 옷이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아 역풍을 맞았다. 지난 5월 사측은 실적이 악화하자 이 같은 전략을 철회하기도 했다.
올드네이비를 이끌다 2020년 3월 갭 CEO 자리에 오른 싱걸 CEO는 취임 후 비용을 감축하고 신규투자를 유치하는 등 나름의 전략을 실행했다. 또 유명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을 한 의류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실적은 악화했다. 리서치회사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이사는 "계획이 회생을 위한 큰그림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올해 초 엔데믹에 따른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입는 편안한 복장을 사던 것에서 출근복장 등을 구매하는 쪽으로 변했지만 갭은 트렌드를 놓쳐 1분기 재고가 지난해에 비해 34%나 급증했다. 싱걸 CEO는 지난 5월 “고객의 구매 트랜드를 너무 일찍 정의내렸다”고 회고했다.
이에 갭의 매출은 올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13% 떨어진 35억달러에 그쳤고 1억 62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억 6600만달러의 순이익에서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주가 역시 올 들어 50%나 폭락한 상황이다.
갭은 당분간 월마트 출신 베테랑에게 회사를 맡길 계획이다. 갭의 임시 CEO가 된 마틴 이사회 의장은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월마트의 국제부문 CEO를 맡았다. 올드네이비의 CEO가 된 바베이토도 26년간 월마트에 몸담았고 월마트 캐나다 CEO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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