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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홍대와 신촌 잇는 틈새…점·선·면 잇는 해방공간

◆서울 동교동 '더 브레이스'

4~5층 이상 짓기 힘든 40평 부지에

'주차장제한지역' 적용 받아 8층 높이로

수직 기둥 대신 외부에 'X자' 구조체

폭 좁고 긴 형태의 '횡력 취약점' 보완

동교동 거리 '시각적 새로움'도 선사

열린 코너로 고층선 홍대·연대 한눈에

계단실도 유리로 마감해 개방감 극대화

지하 천장부는 지상에…자연채광 유도

신촌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넘어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더 브레이스’는 특이한 외관과 좁고 긴 형태로 동네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넘어가는 1㎞ 남짓한 거리 그 중간쯤, 터줏대감처럼 앉아 있던 낡은 목공소(동아목공)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높고 길쭉한 건물이 들어섰다. 낡은 저층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고개를 쭉 빼고 있는 이 매끈한 건물은 흡사 ‘곧 홍대’ 혹은 ‘곧 신촌’이라고 알려주는 이정표 같다. ‘더 브레이스(The Brace)’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조용한 동네에 이와 같은 ‘시각적 새로움’을 불어넣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추가 주차 면적 없이 ‘8층’ 높이 올린 비결=당초 건축주는 4층짜리 건물을 생각했다고 한다. 워낙 대지가 협소했던 탓이다. 건물의 층수를 더 올리려면 그에 비례해 주차장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40평의 좁은 대지에 2대 이상의 주차장을 넣으면 1층 면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물 규모를 줄이고 1층 면적을 살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하지만 설계를 맡은 라이프건축사사무소가 제안한 층수는 정확히 그 2배인 ‘8층’이었다.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4~5층이 최대”라는 자문을 받았던 건축주로서는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다. 라이프건축사사무소가 꺼낸 카드는 바로 ‘노외주차장 설치제한지역’. 노외주차장을 설치할 경우 교통 혼잡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주차장법’에 따라 노외주차장 설치가 제한된 지역을 말한다.

황수용 라이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대지를 검토해보니 주차장 설치제한지역 여건을 충족해 주차장 1개 면만 넣어도 지하 2층에 지상 8층이 가능한 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서는 더 브레이스가 주차장 설치제한지역을 적용받아 높이를 올린 최초의 사례다. 황 소장은 “더 브레이스의 성공 사례를 보고 주변에 있는 땅들이 최근에 다 팔렸다고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좁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건물 내 기둥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기둥을 외부로 빼내 사선의 ‘가새’ 형식을 만들었는데 이 X 자 모양 구조체가 건물 전체를 감싸며 건물을 지탱해준다. 사진 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좁고 긴 형태 가능하게 한 ‘가새’ 기둥=40평짜리 대지에 올라가는 8층 높이 건물은 폭이 좁고 위로 긴 형태일 수밖에 없다. 좁고 높은 건물은 횡력(橫力·가로로 작용하는 힘)에 취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큰 기둥을 세우자니 그렇지 않아도 좁은 면적이 더 좁아지는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었다.

라이프건축사사무소가 찾은 해법은 건물의 이름이기도 한 ‘브레이스(brace)’, 즉 ‘가새’다. 가새는 기둥의 상부와 다른 기둥의 하부를 대각선으로 잇는 경사재를 의미한다. 보통 건물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건물 내부에 수직 기둥을 집어넣는데 이를 건물 외부로 빼내 사선의 가새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알파벳 X 자 형태의 가새가 건물의 외피가 돼 1층부터 8층까지 감싸 올라가는 더 브레이스의 모습은 이렇게 완성됐다.



한지영 라이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횡력을 받아주려면 벽이나 기둥이 구조를 받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대지 면적이 워낙 좁아 너무 폐쇄적인 느낌을 줄 것 같았다”며 “구조 검토를 여러 번 거치면서 ‘기둥을 수직으로 세우지 말고 밖으로 빼내 가새 형태로 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내부에는 기둥이 없고 외부의 벽체와 가새들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구조가 됐다.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짝수 층마다 텐션바도 설치했다.

기둥을 외부로 뺀, 생소한 형태의 구조로 짓다 보니 공정도 까다로웠다. 한 소장은 “2개의 사선 기둥과 하나의 보, 세 가지 부재가 만났다가 흩어지는 구조라 배근(철근의 배치)이 복잡했다”며 “처음 1~2층을 올릴 때는 작업자분들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2개의 사선 기둥과 1개의 보가 서로 만났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코너에 기둥이 없는 ‘열린 코너’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열린 코너는 건물의 2개 면이 마치 하나의 공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해 개방감을 높인다. 사진 제공=신경섭 사진작가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가새가 수직의 기둥을 대체하면서 건물의 개방감도 커졌다. 코너에 기둥이 없어 시야가 확 넓어지는 ‘열린 코너’가 가능해진 것이다. 건물의 상층부로 올라가면 열린 코너 덕에 시야가 트여 연세대와 홍익대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한 소장은 “보통 기둥이 있으면 기둥과 기둥 사이가 각각 하나의 단절된 공간으로 인식되는데 코너의 기둥이 없어지면서 통창으로 된 2개 면이 하나의 큰 공간으로 다가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새는 건물의 뷰도 다채롭게 만든다. 사선 기둥과 보가 한데 모였다, 벌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삼각형의 프레임을 만들고 이에 따라 경관의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건물 최상층인 8층에서는 홍익대와 연세대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제공=허완 사진작가


◇천장 열고 계단실은 유리로…내부 개방감 확보 위한 고민=내부 공간 배치에서도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들이 묻어났다. 건물 1개 층의 면적은 약 20평 정도로 협소한 편이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어 보이게끔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황 소장은 “화장실이 차지하는 공간도 아까웠다”며 “층고에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상부 공간을 어느 정도 남겨놓고 화장실 천장을 쳤다. 화장실 공간의 천장부를 열어놓아 개방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계단실도 투명하게 만들었다. 계단실과 실내 공간 사이를 곡면유리로 처리해 시각적으로 마치 한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지하층의 채광에도 신경을 썼다. 지하 공간의 천장부를 지상 높이로 튀어나오게 끌어올렸고 지상에 노출된 천장부에 가로로 긴 창문을 내 지하에도 빛이 들어올 수 있게끔 했다. 황 소장은 “지하가 폐쇄적인 공간이기보다는 지상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적으로 노출이 되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지하 공간 레벨과 지상 1층 레벨의 관계를 두고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지하층의 천장부가 지상으로 살짝 튀어나오게 하면서도 보행자가 건물 지상 1층으로 올라오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적정한 높이를 찾아냈다.

40평 남짓한 좁은 대지라 건물을 높이 올리기 쉽지 않았지만 ‘노외주차장 설치제한지역’을 적용해 건물을 지상 8층까지 올릴 수 있었다. 사진 제공=신경섭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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