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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앞두고 몰디브로 도피한 라자팍사…신흥국 도미노 '물가 시위'도

구금 우려 군용기 이용 해외망명

스리랑카 20년 족벌정치 막내려

중남미·阿 생활고에 반정부시위

인플레發 정치·사회 혼란 우려

13일(현지 시간)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위대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스리랑카 국가 부도 사태를 초래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임을 앞두고 몰디브로 도피했다. 역대 최악의 경제난에 분노한 민중을 피해 대통령 내외와 동생인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장관까지 해외로 망명함에 따라 20년 가까운 라자팍사 가문의 통치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경제난을 이유로 한 민중 봉기가 최고권력자를 몰아낸 스리랑카를 필두로 세계 곳곳의 신흥국과 개도국에서 확산되며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사회·정치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BBC방송은 고타바야 대통령과 부인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군용기에 탑승해 스리랑카를 떠났으며 새벽 무렵 몰디브 말레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바실 전 재무장관 역시 같은 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2019년 당선된 고타바야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경제 실정으로 스리랑카에 1948년 독립 이래 최악의 금융 위기를 촉발하고 끝내 국가를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반정부 시위대가 9일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까지 점령하며 퇴진을 촉구하자 그는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 인근 공군기지로 피신한 뒤 13일 공식 사임할 것을 약속했다. 외신들은 고타바야 대통령이 퇴임 이후 면책 특권이 사라지면 구금될 것을 우려해 도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탄 난 민생이 정국을 뒤흔드는 것은 스리랑카만이 아니다. 고물가로 극심한 생활고에 신음하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일대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연초 대비 연료비가 47%나 오른 파나마에서는 이달 초부터 생활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페루·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가파른 물가 인상에 반발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부채 위기에 직면한 케냐·가나에서도 가계 생활비 부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두 국가의 최근 월별 물가 상승률은 각각 7.91%, 27.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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