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사형제 위헌 여부를 놓고 양측 입장을 수렴하는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진보 성향의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재의 특성상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헌재는 오는 14일 오후 사형을 형벌로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 등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다. 청구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다. 천주교 측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를 대신해 2019년 2월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조항이 생명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사형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씨는 현재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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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기본권인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다. 청구인 측은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없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 이후 오판임이 판명되더라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사형제 폐지해야 할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피청구인인 법무부는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거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 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한 것은 유럽연합이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자격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사형제 폐지는 국민과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사법기관의 결정이 아닌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미다.
사형제가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1996년에 이어 2010년 열린 두 차례 위헌 심판에서 헌재는 사형제 폐지가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다만, 헌법 재판관들이 7대(합헌) 2(위헌) 의견에서, 5대(합헌) 4(위헌) 의견으로 변화를 보이면서 사형제 폐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려면 전체 9명인 재판관들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청구인 측 변호인단과 피청구인인 법무부장관 대리인으로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인들이 참석한다. 양측 참고인으로는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헌재 직권으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와 각각 진술한다. 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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