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클럽의 인기를 드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 7년 전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이적 직후 토트넘 관계자가 기자에게 직접 문의했던 내용이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할 때부터 한국 마케팅을 염두에 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럽 빅리그·빅클럽의 아시아 선수 영입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아시아 마케팅이다. 7년 전 손흥민을 영입한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이 지난 7년 사이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동안 토트넘은 한국 시장 공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공식 홈페이지 한국어 서비스 오픈, 2017년 한국에서 진행한 AIA생명 행사도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 지난해에는 구단 공식 한국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까지 개설해 한국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 시장 공략의 정점은 이번 프리시즌 투어다. 토트넘은 오래전부터 손흥민과 함께 방한을 꿈꿨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늦춰져 이제야 성사됐다. 주최사인 쿠팡이 초청비와 체류비, 마케팅 비용 등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토트넘은 대니얼 레비 회장을 필두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 해리 케인, 위고 로리 등 최정예 군단을 꾸려서 왔다. 과거 슈퍼스타를 제외한 채 속 빈 강정 수준으로 들어왔던 일부 빅클럽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토트넘의 한국 투어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3년 전 ‘호날두 노쇼’ 사건처럼 불성실한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13일 열린 ‘팀 K리그’와의 이벤트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콘테 감독은 선발 명단에서 손흥민과 케인을 제외했는데 이는 한국 팬들을 무시한 선택이 아니라 진짜 프리시즌 경기에 임하듯이 다양한 옵션을 체크하려는 감독의 의중이었다. 팀 K리그 소속으로 경기를 뛴 주민규(제주)도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투지 넘치게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진심은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카메라 뒤에서도 자신들이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진행했다. 토트넘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성남축구센터에서 유소년 선수들과 지도자를 대상으로 클리닉과 세미나를 열었다. 토트넘의 유소년 교육을 가까이서 지켜본 성남FC 관계자는 “토트넘의 글로벌 유스 코치들이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진심에 한국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에는 폭우 속에서도 6만 41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16일 오후 수원에서 펼쳐질 세비야FC와의 2차전까지 포함한 2경기 티켓 평균 가격이 1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티켓 판매 수입만 1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준비 끝에 한국을 찾은 토트넘과 주최사 쿠팡 모두 흥행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토트넘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다른 빅클럽의 방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리시즌 투어를 개최한 쿠팡은 내년에 최소 4팀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 토너먼트 등 다양한 매치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리버풀과 울버햄프턴은 오래전부터 방한을 계획했다”며 “이외에도 토트넘의 투어를 확인한 여러 빅클럽이 한국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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