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전당대회의 당대표 출마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으로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86그룹인 김민석 의원도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이재명 출마 불가론을 강조한 설훈 의원도 막판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당 대표 도전에 나섰습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시도했지만 자격 미비로 결국 반려돼 총 8명의 후보가 민주당 당권을 두고 결전을 펼칩니다. 이들 후보들은 28일로 예정된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냐가 관건입니다. 일각에서는 97그룹과 김민석·설훈 의원까지 포함한 단일화로 돌풍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한 게 현실입니다.
컷오프 통과 티켓 3장…이재명 그리고 누구?
컷오프 통과 티켓은 3장입니다. 이재명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이 누구냐는 ‘어대명’을 흔들 변수 이상으로 차세대 민주당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 마다 컷오프 통과를 자신하는 배경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민주주의 4.0을 비롯한 친문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강병원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대항마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 컷오프 통과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당내 진보적 싱크탱크인 더미래 지원을 받는 강훈식 의원은 비수도권 유일 당대표 후보라는 점에서 지역 중앙위원들의 지지가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박용진·박주민 의원은 이번에 컷오프 룰에 도입된 여론조사30%에 강점을 가졌습니다. 대선 경선에도 출마했던 박용진 의원은 인지도에서 가장 앞서고, 이미 최고위원을 지낸 박주민 의원도 ‘세월호 변호사’라는 별명으로 적지 않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기대를 가질 만 합니다.
강강박박, 단일화 시동…분열과 공동전선의 갈림길
각자 강점에 자신감일까요. 컷오프 통과에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21일 국회에선 재선의원들을 대상으로 97그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단일화를 두고 ‘강강박박’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컷오프 전에도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박주민 의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당의 혁신 방안에 대해 접점이 필요하고 이를 찾기 위한 대화 과정을 가져야 한다”며 단일화 여지를 두면서도 ‘이재명 반대’를 기치로 한 단일화에는 선을 그은 것입니다.
강병원·강훈식 의원 간에도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이재명 의원을 향한 ‘사법리스크’평가에 강훈식 의원은 “전당대회 때 쓰지 말아야 하는 용어가 나와서 걱정된다”고 우려한 반면 강병원 의원은 “이재명 리스크가 당 전체의 문제가 돼 민생과 혁신의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다”고 이 의원을 정조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강강박박’의 표가 분산될 경우 이재명 대항마로서의 역할은 불가능합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어대명이 아닌 새로운 흐름은 97그룹 의원의 컷오프 통과 후 단일화에 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단일화를 통해 ‘이재명의 대체재’ 인물이 부각된다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대선 이후 검경이 경쟁하듯 이 의원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전방위로 수사하는 상황에서 사법리스크 역시 분명한 변수입니다. 두 가지 변수에 일단 강강박박 간 서로 다른 입장 차가 선명해 28일 컷오프 전후 민주당 전당대회의 새로운 활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어보입니다.
뭉쳐서 살았던 ‘DJ·YS’…86세대
“뭉쳐야 산다”고 했던가요. 97그룹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홀로 출마했다면 여론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컷오프에 홀로 진출해도 세대교체의 명분과 세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입니다. 68세대의 대표주자격인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기자와 만나 “386이라는 정치인은 우상호 혼자가 아니라 임종석, 이인영 등 그룹이 형성돼서 가능하고 규정될 수 있었다”며 “7080세대 역시 함께 해야 시대정신과 담론, 의제를 만들어 세대를 대표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단일화가 아니라 가치와 담론의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97그룹 토론회에서는 단일화나 사법리스크에 결이 다른 주장에도 ‘소통·합의·조율’ 등의 공통분모도 있었습니다. 단일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야깁니다.
강병원 의원의 경우 “민주당식 국민청원을 만들어 의사소통의 긍정 에너지를 모으겠다”고 했고, 강훈식 “직접 민주주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가치 실현을 위한 시스템을 위해 사회적 의제 연석회의”를 제안했고, 박용진 의원은 “밀어붙이기 보다 사회적 관계를 조율하고 이끄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통분모를 찾아 함께 뭉쳐야 세대교체도 정치교체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우 비대위원장이 자칭한 86세대의 세대 대표성 뿐만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1969년 11월 8일 만 41살의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김영삼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40대 기수론에 당시 김대중(45세)·이철승(48세) 등이 연달아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 출마를 선언했다는 겁니다.
당시 유진산 신민당 총재가 “정치적 미성년”이나 “구상유취”라며 견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출마선언에 대해 언론은 “유진산·정일형·이재형 부총재나 고흥문 사무총장과도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당 원로급과의 충돌을 각오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당시 김영삼에 이어 김대중, 이철승이 가세하면서 40대 기수론이 대세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뭉쳐야 산다는 걸 넘어 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서른여섯 이준석 당대표…김은혜·김웅 함께 만든 태풍
지난해 국민의힘 당권경쟁도 유의미 합니다. 7080세대 정치인들이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세력화에 나선 뒤 자연스럽게 뭉친 후보들 중 1위 주자였던 이준석 당시 후보로 일종의 단일화를 이룬 것입니다.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이번 당대표 출마는) 새로운 물결을 거세게 일으키는 데 방점이 있고 단일화 자체에도 닫혀 있지 않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김웅 의원도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김은혜 후보나 저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나 자기희생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대세를 형성한 뒤 경쟁력 있는 후보로의 일사분란한 단일대오는 30대 최초의 당수를 만들어 내는 태풍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에도 어대명으로 그치는 그렇고 그런 전당대회가 아닌 지난해 국민의힘 같은 태풍이 불 수 있을까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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