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3일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고위 간부급인 총경라인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도출되자 여론 확산을 우려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경 회의에 대한 경찰 조직원의 지지가 큰 상황이어서 경찰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지휘부는 이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총경 회의 직후 류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윤 후보자는 류 서장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윤 후보자가 내린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은 총경 회의 도중 입장문을 내고 복무 규정 위반을 검토하겠다며 강경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경찰청은 “총경급 회의와 관련하여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하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서장은 “휴일에 다들 허락을 받고 법적인 절차를 지켜서 회의에 참석했다”며 “경찰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휴일날 경찰기관에 경찰이 모인 것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류 서장의 대기발령으로 경찰 조직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류 서장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겠다는 것”이라며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주부터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경찰국 신설 반대에 대한 대국민 여론전을 펼친다. 직협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 용산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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