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사상 초유의 경찰서장(총경) 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 지휘규칙 제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 도출됐다. 이들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의한 경찰 통제는 과거로의 회기라며 이같은 입장을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총경 회의를 정례화 해 필요하다면 2,3차 회의도 열겠다고 덧붙였다.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이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류 서장은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며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찬성 의견은 ‘1’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총경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경찰국 설치와 지취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류 서장은 강제 해산을 지시하며 복무규정 위반 검토를 지시한 경찰청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휴일에 다들 허락을 받고 법적인 절차를 지켜서 회의에 참석했다”며 “경찰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휴일날 경찰기관에 경찰이 모인 것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류 서장은 총경 회의 정례화를 예고했다. 그는 “우리 경찰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가 없어 국민도, 경찰도 답답해했다”며 “일선 의견을 모은 경찰서장 회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2차, 3차 회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류 서장은 “장관의 통제를 받는 방식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경찰서장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의견 밝히고 있는데 이런 진정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면 좋겠고 경찰 노력에 성원 해주시고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징계를 시사하며 총경회의를 압박한 경찰청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날 모인 경찰서장들이 단호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경찰 내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류 서장은 ‘경찰청장 후보자가 총경 회의 건의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가정법을 가지고 하는 얘기인데, 향후 상황에 따라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감찰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질의에도 “그런 것엔 관심 없다”고 맞대응 기조를 취했다.
앞서 윤 후보자는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히했음에도 모임을 강행한 점은 엄중하다”며 “참석자들에게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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