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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에 스마트기술·한류까지 접목…'고부가 패키지 건설' 승부수 [제2 중동붐 이끄는 K건설]

<중>'정주영 프로젝트'로 중동 신화 재창출

UAE 가스전·페루 지하철 공사 등 굵직한 프로젝트 줄줄이 대기

기존 강점인 시공능력에 모빌리티·AI 등 SW요소 더해 차별화

'민간 주도-정부 지원' PPP사업 확대 땐 장기수익 창출도 가능

민관합작투자사업(PPP)형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완공한 튀르키예(터키) 차나칼레 대교. 사진 제공=DL이앤씨




반토막으로 쪼그라든 국내 건설 업계의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정부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일명 ‘정주영 프로젝트(K스마트인프라)’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름을 붙인 이 사업은 대표 인프라(철도, 공항, 도시 개발 등) 건설 사업 능력에 모빌리티·스마트 기술 등을 접목하고 원전·방산·문화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수출을 의미한다. 중동 신화를 이끌었던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제2의 중동 붐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1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같은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건설 업계 및 국토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중동 산유국 등이 줄줄이 발주 예정인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K스마트인프라 패키지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 하일 가샤 가스전(150억 달러)부터 전후 재건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이라크에서 바그다드 경전철(26억 달러), 바스라 해수 처리 시설(30억 달러), 알 포 신항만 공사(100억 달러), 그리고 페루 리마 메트로 3~4호선(총 100억 달러) 등 기존 연기된 프로젝트 재개 또는 기존 프로젝트 후속 사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K스마트인프라란 스마트시티 수출 외에도 발주국이 원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업 규모만도 약 656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만 하더라도 도시는 곧 문화의 총체인 만큼 기존 인프라 건설 기술에 한류 등 문화를 덧댄 접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력에 스마트시티 관련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가전 사업, 도심항공기, 로봇,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수소차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 있는 다른 요소들을 접목해 수요국의 니즈를 맞추고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해외 발주국들도 한국의 저력에 주목하고 수주전 참여를 물밑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과거 우리가 점유했던 시공 중심의 시장은 인도·중국·파키스탄·필리핀 기업들에 넘어갔다”며 “해외 건설 시장이 시공 중심의 하드웨어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 만큼 선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K스마트인프라 수출 확대와 함께 최근 신성장 분야로 떠오른 민관합작투자사업(PPP)형 사업 수주 확대도 꾀한다. 단순 시공이 아니라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PPP란 민간이 도로 등 공공 인프라 투자와 건설·유지·보수와 운영을 맡아 수익을 얻고 정부는 세금 감면과 일부 재정 지원을 해주는 상생 협력 모델로 기존 도급형 사업과 달리 민간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3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완공한 튀르키예(터키) 차나칼레 대교가 바로 PPP형 사업의 대표 성공 사례다. 해당 프로젝트의 의미가 큰 것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사업 발굴 및 기획부터 금융 조달, 시공, 운영까지 담당했다는 것이다. 계약서 상의 총사업 기간은 16년 2개월인데 두 회사는 건설 기간을 1년 7개월 단축시켜 운영 기간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했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해당 대교를 약 12년간 운영한 후 튀르키예 정부에 이관한다.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 사업인 PPP형 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후방 지원하는 ‘팀코리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다음 달 10일 원 장관이 국내 건설사 사장단과 만나는 간담회를 가진 후 업계 의견을 담은 해외 건설 종합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다음 달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라크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부실한 나라에서 국내 건설사에 금융 지원 보따리를 들고 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 한국 건설 업계가 기를 펼 수 있도록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자금을 쓰는 중국 건설사와 자금이 탄탄한 일본 건설사에 한국 건설 업계가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법률·세무 컨설팅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긴다. 중소·중견기업의 금융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자금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국내 5대 로펌에서 법률 컨설팅과 4대 회계법인으로부터 세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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