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아악~슈아악~콰과광!'
25일 오후 경기도 양평의 육군 비승사격장에서 일순 우뢰와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불벼락이 내렸다. 이윽고 산등성이 2개 사면에 걸쳐 좌우 수백 m, 높이 수십여 m 넓이로 펼쳐진 표적지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우리 육군항공사령부의 최강 전력인 ‘아파치 공격헬기(AH-62E)’ 2대가 수초 만에 60여 발의 로켓탄을 퍼부은 것이다.
이날 훈련은 육군이 약 2년 만에 대규모로 실시한 ‘항공작전실기동훈련(FTX)’이었다. 이번 FTX에는 공격·기동헬기 등 34대의 항공기와 240여 명의 인력(육군 7군단 예하 강습대대원 40여 명 포함)이 참여했다. 군단급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훈련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우리 육군이 독자적으로 진행해온 국내 항공작전훈련 사상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육군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훈련 규모에 대해 “기존 훈련 대비 약 3배 규모”라고 전했다. 이보형 육군항공사령관은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항공으로 침투해 피랍 승객과 승무원을 구출해낸 ‘엔테베 작전’과 비슷한 형태를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이후 대대급 이상 FTX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중단됐다. 이를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부활시켰다. 이날 FTX는 경기도 이천 기지에서의 대규모 기동·공수훈련 및 가상 사격훈련과 양평 비승사격장에서의 공중 제압 실사격훈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기동·공수훈련에서는 육군항공사가 보유한 최상위급 기종 헬기 34대( 아파치, UH-60P 블랙호크 기동헬기, CH-47D 치누크)가 일제히 하늘을 뒤덮었다. 이어서 현란한 비행으로 작전 지역의 적을 제압하며 아군 병력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격 훈련에서는 아파치가 2.75인치 로켓 150여 발과 30㎜ 기관포 450여 발을 표적지에 퍼부었다.
육군 관계자는 “화력 면에서 아파치 헬기 1개 중대(아파치 6대)가 적의 1개 중대를 격멸할 수 있고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는 적의 1개 여단으로 격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파치 6대만 떠도 타격 지점 반경 수백 m 이내에 산개한 적 병력 수백 명, 기갑 장비 등 수십 대가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안보 위협을 높이면서 우리 군은 FTX를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육군 관계자는 “내년도 국방 예산에는 대규모 FTX를 한층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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