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망하면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상속·유언에 관한 분쟁이 대표적이다. 민법은 유언에 대해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다섯 가지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방식을 갖추지 아니한 유언을 무효로 선언하고 있다. 유언을 엄격한 요식행위로 규정한 이유는 유언의 진정성과 유언자의 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유언의 형식적 엄격주의로 인해 실제 유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여러 복잡한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필증서유언의 경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로 선언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의 자서란 유언자가 모든 내용을 직접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컴퓨터 등으로 유언장을 작성한 후 출력해서 서명날인을 했더라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 그렇다면 자필증서 뒤에 상속재산 목록을 첨부하는 경우도 자서해야 할까. 최근 개정된 일본 민법 제968조 제2항은 목록의 자서는 필요하지 않으나, 그 목록의 각 장에 서명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민법 하에서는 상속재산 목록 작성도 여전히 자서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이를 일일이 자서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더라도 공정증서 유언 등 다른 유언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 유언자는 주소를 자서해야 한다. 전문의 자서 등 다른 요건에 의해 유언자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주소가 누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언을 무효로 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대법원 판례는 유언장 용지에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 OO빌딩’이라는 부동문자가 기재돼 있는 사안이나 단순히 ‘암사동에서’라고 기재돼 있는 사안에서 각 그 효력을 부정한 바 있다. 따라서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소가 아니더라도 민법 제18조에서 정한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주소를 기재해야 한다.
다만 자필유언증서의 요건으로 주소의 기재까지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 전문, 일자, 성명의 자서를 요구하고 있으나 주소는 그 요건이 아니다.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부분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필증서유언의 경우 유언장을 작성할 때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서 그 요건에 대해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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