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미국 기업들이 신규 생산을 하지 않고 지난해 말 쌓아둔 재고를 판매하는 데 집중하면서 성장률이 내려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탄탄한 만큼 2분기 연속 역성장이 실질적인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경기 둔화 신호는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정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 시간)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9%(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4%)를 크게 밑돈 수치다. 미국은 올 1분기에도 -1.6% 역성장했다.
미국 기업들이 제품을 새로 생산하기보다는 기존 재고를 처리하는 데 집중한 것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말 공급난과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재고를 쌓았지만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위축 전망이 커지자 재고 판매에 힘썼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CNBC 방송에 “여전히 많이 쌓여 있는 재고가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 이른바 기술적 경기 침체를 모두 실질적 경기 침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6%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다. JP모건의 대니얼 실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가 현 상황을 경기 침체로 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역성장으로 미국 경제의 둔화 조짐이 보다 분명해진 만큼 연준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 강도가 지나치면 경제를 경착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장률 발표는 연준을 빠른 긴축에서 한 발짝 떨어뜨려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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