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많다”고 발언한 뒤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천박하다” “국민 갈라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야당 다른 당권 경쟁자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친명계는 왜곡이라며 이 의원 엄호에 나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야뿐만 아니라 친명과 비명 간 대립 구도도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이 의원과 당권 경쟁에 나선 박용진 의원이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저소득층은 저학력이고 왜곡된 정보와 정보의 비대칭으로 제대로 된 사리 판단을 못한다는 선민의식이자 빈자를 향한 혐오”라며 “참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전날 ‘월소득 200만원 미만 10명 중 6명 尹 뽑았다’는 제목의 한 언론 보도를 공유한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계층은 청년 문제(41.6%)와 복지 확대 문제(41.9%)를 가장 잘 해결할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를 꼽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용진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가구 소득 월 200만 원 미만의 계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투표하지 않을 후보에 압도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43.7%)했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고 이번 지방선거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하는데 이재명은 왜 못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다른 당권 주자인 강훈식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녀와 세대 갈라치기와 혐오하는 정당을 극복하지 못한 게 지난 대선 결과”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도 혹시 선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있다면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언론을 탓하는 것은 잘못된 습성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하는 이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여권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권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의 발언은 국민 분열을 획책하려는 전형적인 편 가르기”라며 “저학력이니, 저소득이니 운운하는 것 자체가 천박하기 그지없다”고 쏘아붙였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언론이 민주당에 의도적으로 불리한 보도를 일삼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며 “언론에 대한 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친명계는 이재명 엄호에 나서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국민의힘의 취미는 갈라치기 팩트 왜곡이냐”고 비판했고, 김병기 의원은 “국민의힘의 슈퍼리치만 위한 편향된 정책을 펴나가는 태도가 갈라치기”라고 쏘아붙였다. 다른 친명계 한 의원은 “부자 정당인 국민의힘을 비판한 이 의원을 여당과 같은 목소리로 비판하는 박용진·강훈식 의원에 대한 경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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